사회

"밥 굶는 후배에게 매달 수십만원씩"…연세대 12학번 키다리아저씨 아시나요

입력 2021/11/25 17:27
수정 2021/11/26 09:23
코로나로 어려움 겪던 연대생
절박함에 선배 독지가에 연락
21차례 걸쳐 생활비 지원받아
로스쿨 합격후 보은하려했지만
"어려운 후배 도와라"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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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 얘기가 올라왔다.

매일경제신문은 키다리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은 박현수 씨(25·가명)를 이날 어렵게 인터뷰했다. 박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키다리 아저씨의 미담을 전하고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혹시 누군지 알 수 있다면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고 그는 전했다.

송금자명 키다리 아저씨. 2020년 5월부터 매달 21일 박씨는 자신의 은행 계좌로 모두 21차례에 걸쳐 생활비 수십만 원씩을 받았다. 박씨는 올해 11월까지 키다리 아저씨에게 지원을 받은 덕분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특별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그동안 받은 돈을 돌려드리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거절하셨어요. 앞으로 더 어려운 후배를 도우라면서 이름조차 말씀해주시지 않네요. 액수는 그분의 마음을 액수로 표현하는 것만 같아 밝히지 않겠습니다."

박씨가 키다리 아저씨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연세대 12학번 선배라는 것뿐이다. 그가 키다리 아저씨를 만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2013년 아버지가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어머니와 함께 노력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꿈을 앗아간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어머니는 생계를 잇기 위해 조그만 화장품 가게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손님이 급격히 줄면서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버티면 해결될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폐업과 함께 남은 빚더미였다. 당장 월세를 낼 수 없어 절망하던 박씨는 에브리타임에서 사연 하나를 읽었다. 밥을 굶는 후배에게 밥값을 보태줬다는 사연을 읽고 혹시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는데 선뜻 도움을 주시겠다고 했어요." 박씨와 가족은 키다리 아저씨가 보내준 돈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그분 덕분이에요."

그렇게 노력한 끝에 박씨는 연세대 로스쿨에 합격했고 키다리 아저씨에게 연락했지만 한사코 마음을 거절했다고 한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후배들을 도와달라"고 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에브리타임을 통해 박씨를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가 박씨에게 남긴 메시지에서는 대견한 마음이 묻어났다.

"너희 가족이 널 자랑스러워하듯 나도 네가 내 후배라는 게 자랑스럽다" "내가 너의 든든한 디딤돌이 아니라 사실 네가 나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이고 디딤돌이었다."

키다리 아저씨라는 익명의 독지가는 연세대 커뮤니티에서 알음알음 알려졌지만 신상정보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도 내가 누군지 밝힐 생각이 전혀 없다"며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은혜를 이웃 사랑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닮고자 십일조를 교회에 내지 않고 어려운 친구들에게 베풀기로 했다"는 메시지만 에브리타임에 남아 있을 뿐이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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