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에서 실습용 마네킹만 만지다 끝나"…코로나에 전문대 미용학과 취업난

입력 2021/11/28 17:22
수정 2021/11/29 17:15
전문대 20학번의 슬픈 현실

입학하자마자 온라인 수업
캠퍼스도 못가보고 졸업장

전문대학생 43만5056명중
작년 5.9%만 4주실습 이수
미용·유아교육과 상황 심각
자격증 취득요건도 못채워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문대에 입학한 세대가 올해 취업 시즌을 맞아 취업난에 봉착했다. 지난 3월 입학한 뒤 전문대들이 곧바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실습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는데 졸업을 앞두고 현장에서 이들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미용업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 소재 프랜차이즈 A미용실은 최근 2년 사이 실습생을 1명만 받았다. 매해 2~4명씩 실습생을 받고 이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미용사를 뽑았는데, 실습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아 처음부터 채용할 수 있는 실습생이 마땅치 않았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 매출이 떨어지면서 올해까지는 채용 여력이 없었는데,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하면서 손님은 늘지만 막상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A미용실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실습생들은 기초적인 교육을 받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다"면서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실습을 제대로 받지 못해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를 다른 매장에서 들어 선뜻 채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미용기술을 가르쳐서 투입하느니 차라리 1~2년 기다린 뒤 채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사립전문대 전체 학생 43만5056명 중 5.9%만이 4주 현장실습을 이수했다. 2018년 13.2%, 2019년 10.4% 대비 급감한 수치로,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2018년부터 학생들에게 지급되던 현장실습 지원비 문제로 실습을 진행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더욱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생 취업률은 2019년 71.6%였는데 지난해 71.3%로 떨어졌다.


올해는 아직 취업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체감상 취업률은 6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대 재학생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스스로 노력해 미용기술을 열심히 익혀도 실습생으로 일하면서 정식 채용을 노려야 하는데 아예 기회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미용학과 2학년생 정 모씨(21)는 "실습생을 거쳐 직원으로 채용되는 시스템이 이제는 소용없는 것 같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미용실의 매출이 떨어졌고 인건비를 아껴야 한다며 몇몇 매장 외에는 실습생을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술대서 미용을 전공하는 김 모씨(21) 또한 "비대면 실습의 경우 입학 때 지급받은 마네킹을 가지고 집에서 혼자 실습을 진행했다"며 "전자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교수에게 보여주며 진행하기도 하고, 과제를 완성해 정해진 시간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용의 경우 손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게 중요한데 비대면 수업은 그런 점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대 유아교육과 학생들 또한 실습을 제대로 받지 못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교육기간이 짧아지면서 동시에 실습의 질도 떨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아교육과에 다니는 김 모씨(22)는 "코로나 때문에 실습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기간이 많이 줄었다"며 "어린이집 보육실습은 6주에서 4주로, 유치원 교육실습은 4주에서 2주로 각각 짧아졌다"고 말했다. 같은 과 재학생 임 모씨(22)는 "실습과정에서 아이들이랑 접촉하거나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제한이 생겨 아쉬웠다"며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급식을 같이 못 먹게 해서 밖에서 따로 사 먹었다"고 전했다.

현장으로 나가도 유아교육 실습과 무관한 업무만 하고 돌아온 사례도 나타났다. 가족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이 모씨는 "원래 졸업하기 위해선 직접 실습이 160시간이었는데 작년부터 코로나19로 동영상 수업 80시간, 직접 실습 80시간 비율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습을 나갔는데도 코로나19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사람을 못 만나고 행정업무를 배정받았다"고 한탄했다.

전문자격증을 따야 하는 전문대생들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160시간, 보육교사는 240시간, 간호사는 1000시간의 실습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보건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전문대는 취업하려면 필수적으로 대외 활동을 마쳐야 한다"면서 "실습시간을 못 채우면 국가고시나 자격증 취득 시험에 아예 응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간호·보건 관련 학과는 코로나 전만 해도 취업률이 80%에 달했는데 올해는 50%에도 못 미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 결과 전문대를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자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고보현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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