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능 생명과학Ⅱ '오류없음' 결정에도 논란 증폭…수험생 소송

입력 2021/11/30 16:37
유전에 관한 20번 문제·정답률 25% 추정…"상위권 학생들에 폭넓게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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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오류가 인정되지 않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문항과 관련해 수험생들이 행정소송에 나섰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치러진 수능에서 과학탐구영역 선택과목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및 정답에 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곧 서울행정법원에 낼 예정이다.

이 사건을 맡은 김정선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진행하려고 한다"며 "오늘 내로 참가자 신청을 마감하고 이르면 이번 주에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및 정답에 관한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결정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전날 2022학년도 수능 정답을 확정했으며 성적은 다음 달 10일 통지된다.

생명과학Ⅱ 20번은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수험생과 현직 강사들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된 문항이다. 올해 수능에서 평가원에 제기된 이의 신청 1천14건 가운데 160건이 이 문항에 몰렸다.

이 문제는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집단 Ⅰ이 유전자 B의 빈도가 B*의 빈도보다 작게 나와 마지막 조건과 부합하지 않으므로 집단 Ⅱ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집단 I의 개체 수를 구해 보면 유전자형이 B*B*인 개체 수가 음수(-)가 된다.

이의 제기자들은 문항에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해당 문항은 오류이며 전원 정답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평가원은 올해 이의 심사 대상 76개 문항 가운데 76개 문항 전체에 대해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이 문항에 대해서만 별도로 '이상 없음'으로 판단한 이유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평가원은 "관련 분야 학회들과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 의견을 구했다"며 "심의 결과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험생과 이의를 제기한 강사들은 평가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항의 조건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타당하다는 주장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한약학과를 졸업한 한약사로, 무료로 수험생들 변론을 맡은 김 변호사는 "평가원은 왜 이 문제가 오류가 아닌지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많은 현직 강사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계속 지적했는데도 정확한 근거도 없이 오류가 아니라고만 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명과학Ⅱ는 수능 접수자 기준으로 과학탐구 선택과목 중 가장 많은 7천868명이 신청한 과목이며, 2점짜리인 20번 정답률은 EBS 집계 기준으로 24.6%다.

종로학원은 20번을 모두 정답 처리한다면 이 과목 평균 점수가 1.5점 오르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종로학원은 이 문제의 정답 처리와 관련해 "서울대나 의예과 등에서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과목인 만큼 상위권 학생들에게 폭넓게 영향력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의약학계열 이과 상위권 학생 초집중 현상이 발생했고 통합수능 체제 전환 첫해에 어려운 수능으로 수학에 우수 학생이 밀집된 상황에서 주요 변별력 과목으로 부상한 과탐에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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