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백신 민족주의는 선진국 자살행위…불평등 지속땐 제2, 제3 변이 나올것

박홍주 기자
입력 2021/12/03 17:13
수정 2021/12/03 23:53
[Weekend Interview] '총균쇠' 쓴 세계적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성균관대 석좌교수 원격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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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지리학과 종신교수는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를 비롯해 저서 '문명의 붕괴' '대변동'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지난 5월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부임해 이번 학기에 '대격변의 시대' 강좌를 맡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영상 특강으로 국내 대학생들을 만났다. 강연은 지난달 9일과 30일 두 차례 성균관대 라이브 버추얼 스튜디오(Live Virtual Studio)에서 진행됐다. 1차 강연은 '개인과 국가의 위기, 준비해야 한다'를 주제로 코로나19 이후 미래를 논했다. 2차 강연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를 주제로 선진국의 백신 민족주의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다이아몬드 교수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에는 학생 30명과 온라인으로 220여 명이 몰렸다. "전 세계 불평등 해소가 코로나19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하는 그의 강연에 학생들은 어떤 것을 느꼈을까. 두 차례의 다이아몬드 교수 특강 내용을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요약한 대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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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은 위기에 단순히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예측하는 겁니다. 위기가 개인적이든, 국가적 또는 세계적인 차원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전 세계는 지금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준비가 잘돼 있지 않습니다. 좋은 사례가 지난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가 인류 역사상 처음 나타나는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전에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위기에 대비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14세기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약 3분의 1을 앗아갔습니다. 그보다 앞서 기원전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역병이 있었고, 6세기 로마제국에서는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라고 불리는 질병이 돌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 나타난 '새로운 질병'은 19세기 인도아대륙에서 전 세계로 퍼진 콜레라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8년 퍼진 인플루엔자 전염병도 있었죠. 일명 '스페인 독감'이라고 잘못 불렸지만 스페인에서 발생한 건 아니었습니다.

이런 감염병들은 코로나19에 이르는 질병 역사의 몇 가지 예시입니다. 지난 1만년 동안 수두나 홍역 등 새로운 질병이 계속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질병들은 어디에서 올까요? 여러분도 알고 계시듯, 대부분은 우리가 가까이 접촉하는 동물들의 질병에서 파생됩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동남아시아 야생동물 시장에서 인간에게 퍼졌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중동 낙타에서 감염됐습니다. 홍역, 광우병, 독감도 비슷한 방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는 새로운 질병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럽인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질병도 옮겨졌습니다. 시대에 따라 증기선이나 제트기를 타고 사람과 함께 질병이 전파됐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해 새로운 점이라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과거 질병은 지역적이었다는 점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질병이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점을 코로나19가 보여줬습니다. 두 번째는 과거에 비해 질병이 급속히 퍼진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질병이 천천히 퍼져 유전적 면역과 항체 면역이 발달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과 유럽인은 수천 년 동안 천연두에 노출돼 유전적 저항성 또는 항체 저항성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천연두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메리카 원주민과 태평양 섬 원주민은 유럽인과 접촉한 이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고 말았습니다. 반대로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존재했던 말라리아와 황열병은 수많은 유럽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식민지 진출을 위해 아프리카에 건너간 유럽인은 저항력이 없었기 때문이죠. 야생동물 시장, 전통 의학을 판매하는 국제상 등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제2, 제3의 코로나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팬데믹 초창기 다들 코로나19에 준비되지는 않았지만 아주 재빠르게 반응한 나라가 한 곳 있습니다. 베트남입니다. 중국에서 새로운 질병이 알려지자마자 베트남은 국경을 폐쇄하고 엄격하게 관리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베트남이 중국과 가깝고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2002년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에서 시작한 사스에 대거 감염됐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베트남은 초창기 국경을 폐쇄하는 등 매우 빠르게 반응한 겁니다.

코로나19를 미리 준비했던 나라도 한 곳이었습니다. 유럽 북동부에 있는 핀란드입니다. 1939년 11월 30일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해 '겨울전쟁'이 벌어졌습니다. 1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핀란드는 무역이 중단돼 연료를 수입할 수 없었습니다. 핀란드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 했고, 국가위원회를 조직해 매달 모여 섬유, 식량, 화약제품 등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발발하기 3년 전부터 핀란드는 마스크 수백만 장을 비축해둘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는 전염병을 넘어 더 많은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전 세계적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 '전 세계적 불평등' 3개에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코로나19에 비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코로나19보다도 인류를 더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52도를 기록하고, 이집트 카이로에는 눈이 내리는 등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가 일어납니다.


열대 해충이 발흥해 전염병이 더 확산하거나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가가 범람하는 재해가 닥치기도 합니다. '지구공학'을 외치는 과학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새로운 물질을 방출하는 건 실험실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자연에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구는 단 하나뿐입니다. 천연자원 고갈도 위험합니다. 700년 전 캄보디아 앙코르 제국은 나무 벌목으로 멸망했습니다. 마실 물도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전 세계적 불평등입니다. 부국은 빈국보다 32배가량 소득이 더 높고 자원도 32배 더 소비합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절대빈국은 미국을 비롯한 부국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세계화로 인해 의도적으로든 아니든 부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빈국에서는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고, 테러리즘에 일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1년 9·11 테러는 절대빈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됐습니다. 빈국에서 부국으로 난민이 몰려드는 것 역시 불평등 때문입니다.

모든 한국인이 백신을 접종했다고 완전히 안전하지 않습니다. 오미크론은 백신 민족주의에 경고를 보내는 겁니다. 오미크론 변이도 보건이 부족한 빈곤 국가에서 발생했습니다. 백신 민족주의는 부국들의 자살행위입니다.

싱가포르는 팬데믹 초기에 잘 대응했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감염되며 재확산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데 인색했던 싱가포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과연 언제 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빈국에 백신을 제공하게 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리라 봅니다.

앞으로 세계는 어떻게 될까요? 절망할 이유도 있지만, 희망을 가질 이유도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데 기여한 몬트리올 협정, 광우병을 박멸하는 데 중동·아프리카와 협력했던 점을 떠올리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젊은 층이 더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는 승마 경기와도 같습니다. '파멸'과 '희망'이라는 두 마리의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어떤 말이 이길지는 2050년은 돼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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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경영관에 마련된 라이브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이 재러드 다이아몬드 성균관대 석좌교수 특강을 영상으로 듣고 있다. 이날 강의는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 사회로 다이아몬드 교수의 미국 LA 자택과 원격으로 진행됐다. [김호영 기자]

다음은 강연 후 구정우 교수와 질의응답.

―교수님은 팬데믹 초창기에 베트남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중국도 비슷하게 대응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바람직한 정치 시스템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나요?

▷코로나19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느리게 움직이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난 50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독재주의가 좋은 일만 빨리 처리하는 게 아니라 나쁜 일도 빨리 처리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침략과 살상을 속전속결로 처리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중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죠. 2019년 중국 야생동물 시장에서 코로나19가 발현한 것도 분명하고, 사스 이후 폐쇄됐어야 할 야생동물 시장이 유지됐던 것도 잘못입니다. 하지만 이 실수에 대해 배상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도 초기에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하지는 못했습니다.

―독일과 달리 일본은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과 일본 역사를 보면, 일본이 적절한 사과를 하지 않아 한국이 일본을 계속해서 미워할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한 이웃인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일본이 사과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사과하지 않아요. 내가 한국인이라면, 사과를 원하긴 하지만 기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본이 사과하지 않는 건 불행한 일이지만, 사과를 기다리지 않고 그저 한국인의 삶을 살면 됩니다.

―한국 정부의 탄소 배출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탄소 배출 목표가 비현실적이어서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금 하고 있는 탄소 배출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얘기입니다. 30년 후 모두 죽거나 지구를 떠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요. 미국에서도 매일 서로 대화하고 논쟁합니다. 한국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에 선진국 책임이 더 크지 않았나요?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재원이 더 많습니다. 화석연료도 선진국이 훨씬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석유는 케냐보다 미국에서 30배는 더 많이 씁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 등이 (기후변화에) 더 책임을 져야 합니다.

▶▶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1937년 9월 10일 미국 출생 △하버드대 인류학·역사학 학사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박사 △UCLA 지리학과 종신교수 △1998년 퓰리처상 수상('총, 균, 쇠') △주요 저서 '제3의 침팬지'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 △2021년 성균관대 석좌교수 부임

[정리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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