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큰맘먹고 아우디 테슬라 샀는데"…1년만에 고장나도 교환 환불 막막

입력 2021/12/06 17:46
수정 2021/12/08 11:47
한국형 레몬법 3년째 유명무실

중재 신청건수 1393건 중
교환·환불 조치는 3건 불과

소비자가 결함 입증해야 인정
전문가 상대로 주장 쉽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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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레몬법'인 '자동차 관리법'을 도입한 지 3년째를 맞은 가운데 차량 구매자가 중재를 신청한 건수는 1393건에 달했지만 실제로 교환·환불 판정을 받은 건수는 고작 3건에 그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를 구매한 뒤 1년 안에 지속적으로 결함이 발생할 경우 구매자가 교환·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자동차 관리법(제47조의 2)을 시행한 뒤지난 11월 말까지 중재 신청 건수는 1393건에 달했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154건에만 판정을 내렸고, 그 가운데 실제로 교환·환불로 이어진 사례는 3건에 그쳤다.

한국형 레몬법이 소비자의 불만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제도 자체가 제조사에 유리하도록 짜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강제 조항이 아니라 제조사가 계약서에 교환·환불 내용을 자발적으로 포함시킨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설사 제조사가 '한국형 레몬법' 적용을 받아들여도 실제 교환·환불을 받기 위해서는 구매자가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지식과 자금력이 부족한 일반 구매자가 제조사 측 전문가들을 상대로 차량의 기술적 하자를 입증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의 배짱 영업으로 구매자들이 골탕을 먹는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아우디 2021년형 모델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부터 이 모델에서 통신 모듈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출고한 지 한두 달밖에 안됐는데 블루투스, 4세대 이동통신(LTE) 등이 먹통이 되는 피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아우디 차량 구매자들은 국토부에 '한국형 레몬법'에 따른 교환·환불 중재를 신청했지만 제조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정에 다시 한번 좌절해야 했다.


김 모씨(35)는 "현재 아우디에 대한 한국형 레몬법을 진행 중인데 저는 리스캐피털을 이용했기 때문에 캐피털사 측 중재위원, 그리고 아우디 측 중재위원, 국토부 선임 중재위원 이렇게 셋이 참석한다"며 "국토부도 전혀 신뢰가 안 가고 캐피털사는 아우디가 고객사인데 얼마나 성의를 다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문제를 인식하고 본사 측과 논의해 지난 10월 18일부터 문제 차량에 대해 무상으로 부품 교체를 승인해주고 있다"며 "다만 부품 수급이 늦어지면서 수리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매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환경이 무르익지 않은 점도 '한국형 레몬법' 실패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이 천문학적이어서 구매자에게 불편이 생길 경우 리콜 등 적극 대응에 나선다"며 "미국은 구매자 고발 시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데 비해 한국은 국토부 관할이라고 적시는 했는데 구매자 권익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은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정 현장에서 기업 측 전문가들이 제조물 결함이 제조사 책임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면 이를 뒤집기가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테슬라도 출고된 지 1~2개월 된 신차에서 충전용 'DC 어댑터'를 사용해 충전하던 중 과전류 유입으로 부품이 고장 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회사 측은 별도 조사나 리콜 조치 없이 부품을 무상 교체해주고 있다. 테슬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구매자 대응 지침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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