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달리 어두웠던 2021년, 희망과 도전으로 빛난 얼굴들

안정훈 기자, 진영태 기자, 홍성용 기자, 김유태 기자, 박대의 기자, 이용익 기자, 이새봄 기자, 신현규 기자, 박인혜 기자, 임영신 기자
입력 2021/12/29 17:52
수정 2021/12/30 00:03
◆ 올해 화제의 10대 인물 ◆

코로나19 사태가 2년을 넘어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지면서 사람들의 몸도 마음도 지쳐간 한 해였다. 그래도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현장 공무원들 덕분이었다. 시름을 덜어주는 소식도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의 세계적인 유행과 배우 윤여정 씨의 아카데미상 수상 등은 'K컬처' 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고,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해보자' 정신은 국민의 움츠린 어깨를 펴게 해줬다. 하염없이 치솟는 집값과 특권계층의 부정비리 사건은 국민을 맥 빠지게 했지만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기업인들과 과학자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미래로 한 걸음 더 걸어갈 수 있었다.


① 대한민국 의료진
코로나 전쟁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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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끝이 보일 듯하다 다시 희미해져버렸다.


백신 접종률만 높아지면 악몽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델타·오미크론 등 변이까지 나타나며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변함없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진이야말로 올해의 최고 히어로다. 지난 8월 사진 한 장이 사람들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할머니와 화투를 치는 모습이었다. 삼육서울병원 음압격리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4명이 코로나19 확진으로 홀로 격리된 93세 치매 할머니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 교대로 할머니와 화투로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한 것이다. 이처럼 현장 의료진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도 지쳐가고 있다. 수도권 중증병상 가동률은 80%를 돌파했고 정부는 내년 1월 중순까지 병상 1만개를 추가해 2만50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그만큼 의료진의 업무량은 폭증하게 된다. 그들을 돕는 길은 시민들이 방역에 협조하는 것밖에 없다.

② 김범수 카카오 의장
재산 절반 사회환원 공식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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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올해 초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2007년부터 학교와 문화·예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 수백억 원을 기부한 김 의장은 3월 세계적인 자발적 기부운동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참여해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공식 선언했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자발적 기부운동으로, 김 의장은 220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혁신가 100명을 발굴·지원하고, 미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대안도 찾으며, 빈부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고, 아프고 힘든 이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2010년 카카오 이사회 의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 뒤 다음과 합병해 카카오 공동체를 만들었다. 김 의장은 "카카오 공동체는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철학과 다짐을 되새기고 세계적 사업, 미래 기술 혁신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③ 김범석 쿠팡 창업자
미국 증시 도전한 로켓배송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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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신화로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쿠팡은 올해 3월 11일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전격 상장했다.


상장 당일 쿠팡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으로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말하며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올해 3분기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쿠팡 올해 연 매출이 20조원을 넘으면 지난해 유통 업계 최초로 매출 20조원 시대를 연 이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이어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 6월 일본 도쿄 지역에 이어 7월에는 대만 타이베이 중산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창업자는 한 인터뷰에서 "점진적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보다 폭발적 형태로 고객 경험을 바꾸는 것이 쿠팡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고객의 삶을 더 쉽고 편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야말로 우리의 혁신을 탄생시키는 영감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④ 배우 윤여정
한국영화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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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트로피' 수상은 한국 영화계 초유의 경사였다. 윤여정은 지난 4월 개최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 최초, 아시아 배우로는 63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는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딸 모니카와 사위 제이콥 그리고 아직 어린 손주들을 위해 미국행을 결심한다. 순자가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짐가방에는 고춧가루와 멸치, 한약, 그리고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 씨앗이 담겨 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할머니를 연기한 윤여정의 오스카 시상식 소감은 연일 화제였다.

윤여정은 "난 한국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하기 싫었다. 독립영화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내가 고생할 거란 뜻이었다" "많은 분이 내 이름을 '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오늘은 모두 용서해드리겠다" 등 품격 높은 유머를 연단과 인터뷰에서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배우는 편안하게 좋아서 한 게 아니었다. 먹고살려고 했다. 그러다 어느새 깊이 연기를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해 공감을 자아냈다.

⑤ 황동혁 감독
전 세계를 홀린 K콘텐츠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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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올해 한국 드라마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9월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전 세계 94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기의 영향은 '마이 네임' '지옥' 등 후속작으로 이어지며 한국 드라마 열풍을 만들어냈다.

'오징어 게임'은 극한 경쟁의 현대사회와 추억의 놀이를 결부해 456억원을 걸고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오징어 게임'은 미국 2021 E!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 '올해의 몰아 볼 만한 쇼'를 수상한 데 이어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 '고섬 어워즈'에서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 부문을 받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미국 최고 권위 TV 작품 시상식 '골든글로브'에서 '최고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황 감독은 미국 블룸버그 '올해의 50인',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올해의 아시아인' 등에 이름을 올렸다.

⑥ 배구선수 김연경
참된 리더십 보여준 도쿄올림픽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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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배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은 김연경(33·상하이)은 배구계의 영웅을 넘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인물로 꼽힌다.


한국이 2012 런던올림픽부터 3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것과 런던 대회를 비롯해 두 차례의 4강 신화를 이룬 것은 김연경이 있어서 가능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괜히 "김연경은 10억명 중 한 명 나올 선수(A one in a billion star)"라고 극찬한 것이 아니다. 뛰어난 실력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김연경이 보여준 헌신과 노력이다. 특히 김연경이 위기의 순간에 후배들을 다독이며 했던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는 말은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김연경은 대표팀 유니폼을 벗으며 "대표 선수로 뛴 시간은 인생에서 너무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남겼고, 당시 대표팀을 맡았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위대한 선수가 있고, 위대한 리더가 있는데, 김연경은 둘 다"라고 말했다.

⑦ 고정환 항공우주연구원 본부장
누리호 개발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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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1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를 향해 700㎞ 상공까지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우주로 싣고 간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우주 개발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누리호는 1.5t급 인공위성을 600~800㎞ 상공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누리호 개발이 시작된 2012년, 12년 동안의 긴 누리호 개발사업을 책임질 지휘자로 책임감 있는 40대 젊은 연구자 고정환 본부장이 발탁됐다. '태권V' 같은 로봇 만화에 심취했던 학창 시절을 보낸 고 본부장은 미국 텍사스 A&M 대학원 항공우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0년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 로켓인 과학로켓(KSR) 3호 개발에 참여하면서 로켓 개발에 발을 들였다.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줄곧 로켓 분야 연구에 매진해왔다.

누리호는 내년 5월 두 번째 발사를 포함해 향후 6년간 총 5차례의 반복 발사가 예정돼 있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반복 발사 준비와 함께 현재 확보된 발사체 기술·경험을 살려 성능을 향상한 후속 발사체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독자적인 위성 발사 서비스 기반을 다지고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⑧ 김정상 듀크대 교수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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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상 듀크대 교수는 2021년 미국 서학개미들을 뜨겁게 달궜던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를 공동 창업한 학자 출신 기업가다. 아이온큐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손꼽히는 기관투자자들도 선점한 곳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에너지펀드(브레이크스루에너지) 등이 투자했다.

정통 물리학자인 김 교수는 2004년 벨(Bell) 랩에서 근무할 당시 양자컴퓨터에 사용될 이온트랩을 컴퓨터 칩처럼 설계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여기에 양자 기술을 이용해 논리회로를 개발한 인물인 크리스토퍼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의 아이디어가 결합되면서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 칩을 만드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김 교수의 이온트랩 기술을 활용해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으면서 계산 성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를 만들고, 그 활용 사례를 늘리는 것이 아이온큐가 갖고 있는 목표다. 현재 아이온큐가 만든 제품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회사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공급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명예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3~10년 뒤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헌정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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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나이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최연소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됐다. 임명직과 선출직을 통틀어 공직 경력이 전무한 최초의 제1야당 대표이기도 하다.

이준석 대표 선출 후 국민의힘에 대한 20·30대 지지율이 높아지고 젊은 당원이 급증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누렸다. 5·18에 대한 호남에서의 사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 등을 표방하며 개혁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윤석열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비판의 도마에 올랐고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고 당 대표 임무에만 충실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탁으로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권 입문 당시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것이 주목받았다. 총선에서 3번 연속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그 과정에서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당 비상대책위원, 당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⑩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MZ세대교체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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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한성숙 대표를 이을 새 사령탑으로 1981년생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선택했다. '글로벌 네이버'를 위한 새 얼굴로 1999년 네이버 창립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화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내정자는 2005년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NHN(옛 네이버) 홍보마케팅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다 2019년 친정인 네이버로 돌아왔다. 최 신임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의 '세대교체'와 '글로벌 진격'이라는 미래 방향성을 보여준다. 지금의 네이버를 만든 1세대를 대신해 MZ세대 대표로서 벤처 도전 문화를 되살리고, 풍부한 국제 경험을 무기로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최 내정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함께 신사업을 조율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조정자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안정훈 기자 / 진영태 기자 / 홍성용 기자 / 김유태 기자 / 박대의 기자 / 이용익 기자 / 이새봄 기자 /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박인혜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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