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러니까 사고나지"...중소 건설현장 10곳 중 6곳 안전불량

입력 2022/01/18 17:11
수정 2022/01/19 08:42
산업안전公, 광주사고 직후 886개 작업장 긴급점검

현장 516곳서 1158건 적발
추락 방지시설 미비가 최다

중소현장 사망자가 71% 달해
5년간 사고다발지역 상시점검
고용부 "안전지도관 신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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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비계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난 15일 인천 계양구 한 상가건물 4층에서 50대 A씨가 12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는 동료 작업자와 함께 7층짜리 노후 건물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에스컬레이터가 철거된 곳에 철판을 덮는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 사흘 전인 12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대형 건설 현장에서도 작업자 1명이 고층에서 떨어진 낙하물에 맞아 숨졌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에도 전국 건설 현장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사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중소 규모 건설 현장은 전체 건설 현장 사망 사고의 70%를 차지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을 당분간 적용받지 않아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12일 사업비가 50억원 미만인 전국 건설 현장 886곳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공단은 점검 결과 현장 516곳(58.2%)에서 안전 조치 위반 사항 1158건을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작업 중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난간과 작업 발판 설치 불량에 관한 지적이 7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에 적발된 현장 중 39곳은 평균 4.8건을 지적받아 불량 현장으로 분류됐다. 이는 전체 현장당 평균 지적 건수 1.3건보다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번 점검 결과는 전체 건설업 사망 사고가 집중된 중소 규모 현장의 안전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준다. 가뜩이나 사고 위험이 높은 가운데 부실한 안전 실태는 사망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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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현황을 보면 전년보다 줄었으나 전체 사망자 828명 중 417명(50.3%)은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등 건설업 사망 사고 비중은 여전히 높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 사업장 190곳 중 건설업은 109곳(57.3%)이나 된다.

정부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 사고 시 경영자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오는 27일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정작 사망 사고 대부분이 발생하는 중소 규모 사업장과 건설 현장은 2년 뒤로 법 적용이 유예됐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업종별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공사 규모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이 71.5%,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은 78.6%에 달한다.

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노동사회본부장은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논의 단계부터 사망 사고가 빈번한 중소 규모 사업장과 건설 현장에도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안전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대책 회의를 열고 사망 사고가 많은 공사 규모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공단은 최근 5년간 사망 사고 다발 지역을 '레드존'으로 선정해 상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또 공단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관련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규모 사업장과 건설 현장에 대한 기술 지도를 실시하고 시스템 비계와 사다리형 작업 발판 등 안전 시설 개선에도 지난해보다 254억원 증가한 1100억원을 지원한다.

고용부는 "공사 규모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은 순회 점검으로 불량 현장을 선별한 뒤 집중 관리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 소규모 건설 현장의 1차 안전 관리를 수행하는 산업안전지도관(가칭) 신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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