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해철 "죽어가는 지방 살리려면…연방제 수준 지방분권 시급"

전병득 기자, 류영욱 기자
입력 2022/01/18 17:33
수정 2022/01/18 19:56
[매경이 만난 사람] 취임 1주년 맞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중앙지방협력회의 본격 출범
지자체와 소통플랫폼 역할

중앙정부, 모든 일 관여 안돼
시군구가 복지행정 주도해야

지방소멸대응 10년간 10조원
고향기부제·지역뉴딜도 속도
■ 대담 = 전병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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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앞으로 연방제 수준의 지방 분권을 실현시킬 회의체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과 전국 17개 시도 지방정부, 지방의회의 장들이 모여 지방에 관한 모든 것을 논의하는 '제2 국무회의'가 되는 거죠." 청와대에서 지난 13일 처음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대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 분권은 필수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동안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하달식 행정을 해왔습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과 지자체 간 수평적 의사소통을 펼칠 플랫폼이 될 겁니다.


"

전 장관은 취임 후 1년간 초광역 협력, 지역균형뉴딜 등 지자체의 자발적 협력과 재원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국토의 균형 발전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전 장관을 최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역패스에 대해 "미접종자에 대한 보호, 확진자 확산 차단 등을 위해 고심 끝에 방역패스를 결정했다"며 "(방역패스를) 무한정 확대·확장하려는 것은 아니고 끊임없이 고민·검토해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신설됐는데 어떤 역할을 하나.

▷지방자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지방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될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중앙정부 장관들과 17개 광역지자체장,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등이 분기에 한 번씩 만나 지방 핵심 의제를 모두 논의한다. 지방이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방 분권은 모든 정부가 추진했는데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며 '보충성의 원칙'을 넣었다. 쉽게 말해 가장 낮은 단위의 행정기관이 수행할 수 없는 영역만을 상위 단위의 기관이 '보충'해 맡는다는 원칙이다. 국방과 외교 등 국가적 통일성이 필요한 영역을 제외하곤 시군구와 같은 행정기관이 먼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행정의 경우 지역별로 필요한 서비스가 다 다르다. 중앙정부의 일괄적인 정책보다는 시군구 단위에서 주민이 정말 필요한 복지 사항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훨씬 낫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만기친람식으로 모든 걸 관장하면서 그중 일부를 지자체에 하달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런 식으로는 진정한 지방 분권이 이뤄질 수 없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예로 들어보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고양시에서 처음 도입한 것이다. 식당 등에서 전자출입명부를 이용해 출입을 체크하는 것은 강원도에서 '클린강원 패스포트'라는 방식으로 훨씬 먼저 활용했다. 이 같은 서비스는 일선 현장의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후 전국적으로 확산 시행된 것들이다.

―지방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려면 재원 마련이 필수적인데.

▷2단계 재정 분권을 지난해 마무리했다. 법 개정을 통해 지방소비세를 4.3%포인트 인상해 4조1000억원가량이 중앙에서 지자체로 이양된다. 여기에 지방소멸 대응기금으로 10년간 10조원을 투입하게 된다. 인구감소 지역에 이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설계하고 있다. 또 기초연금 같은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사업의 보조율 인상을 통해 지자체의 부담도 일정 부분 완화시켰다.

―지금처럼 인구가 수도권에 쏠려 있으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수도권 쏠림 현상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수도권에 인구가 반 이상 살고 있는 것은 직업과 문화생활 등에서 지방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을 지원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수'라는 기준을 개발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할 지역 89곳을 선정했다. 이제 이 지역들이 환경에 맞는 소멸 대책을 고안해내면 정부는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임기 중 자치분권과 관련해 시행된 정책은 뭐가 있나.

▷재작년 12월 취임 후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전부 개정하고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성과가 있었다. 지역균형뉴딜, 고향사랑기부제와 같이 지자체가 스스로 먹거리를 개발하고 재정을 확충하도록 한 것도 뿌듯하다. 지난해가 '자치분권 2.0' 제도를 만들었던 시기였다면 올해는 이를 시행하는 시기다. 국민이 분권 관련 성과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방역정책이 예측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단순히 확진자로 정책을 펼치기보단 확산세가 우리나라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판단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위중증 환자, 병상 숫자, 오미크론과 같은 새로운 변이종의 출현 등 6~7가지 변수를 놓고 의료 대응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일매일 대책을 마련한다. 지난달 거리 두기 조치를 시행할 때도 방역 전문가를 비롯해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의 의견 수렴 결론 등을 폭넓게 청취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위험도가 '매우 높음' 단계로 나타나 거리 두기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영업제한 등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피해가 심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들을 추진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15조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역상권 상생 조례 개정을 뒷받침한다. 또 새마을금고를 통한 금융지원이나 지방세 납부 유예나 감면 등도 지속해서 시행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모든 분에게 충분히 만족하게 드릴 수 없다면 조금 더 고통받는 분들,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3철은 철지난 얘기…장관 마치면 국회서 양극화 해소 힘 보탤것"

사회갈등 막는 헌법개정 필요
6월 지방선거엔 출마 안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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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마지막 행안부 장관이 될 전해철 장관은 내각 구성원이기에 앞서 현직 3선 국회의원이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퇴임 이후 6월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 대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로 돌아가 사회 양극화와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제도 마련에 고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선 이후 퇴임하는데 지방선거 출마 얘기가 나온다.

▷선거 출마보다는 문재인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우선이다. 장관으로서 역할을 다한 후에는 당으로 돌아가 의정활동에 충실할 계획이다. 장관으로 재직하며 느낀점 중 하나가 행정부는 과감한 정책 수행을 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찬반 갈등이 팽팽한 의제에 대해선 행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의 한계가 있다. 반면 선출된 권력들이 모인 국회는 이 같은 갈등을 흡수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국회 복귀 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은 것도 문제를 심화시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좀 더 가진 사람들이 양보를 하거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의회에서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이 역시 결국 제도의 문제다. 그래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제도를 개선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장기적인 숙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양극화뿐 아니라 여전히 지역 구도의 정치 논리가 존재하는데.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집안 사정상 경남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전교 학생 600명 중 전라도 출신이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 말투 때문에 시비가 붙기 일쑤였다. 출신지를 숨겨야 할 만큼 고질적인 지역 감정을 체험했다. 누구보다 지역 갈등의 불합리함을 가슴에 안고 있다. 그러니 나야말로 지역 화합의 적임자 아니겠는가.

―과거 '3철'이라고 불렸는데.

▷지금도 '3철'이 유효한가?(웃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호철 선배나 양정철 원장 등 세 명 모두 참여정부에서 공직을 맡았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에 역할을 했던 것이지 지금은 각자 처한 현실이 다르다. 둘은 현실정치를 하지 않고, 특히 이호철 선배는 많은 거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함께 일을 도모하지는 않는다.

▶▶전 장관은…

△1962년 전남 목포 출생 △마산중앙고 △고려대 법학과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법인 해마루 대표변호사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제19·20·21대 국회의원(안산 상록갑)△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 △2020년 12월~ 행정안전부 장관

[정리 = 류영욱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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