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승강기 전문대학 키운 거창…기업 몰리고 인구감소 멈췄다

이상헌 기자
입력 2022/01/23 17:07
수정 2022/01/24 10:42
지방 살린 혁신클러스터

의료기업 180곳 포진한 원주
도내 인구 가장 많은 도시로

문경 화수원·속초 소호거리
청년창업 활약에 생기 되찾아

일자리 늘고 도시엔 활기 넘쳐
◆ 2022 신년기획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⑤ 소멸위기 벗어날 해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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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들이 농촌과 구도심에 청년들을 유입시키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이전 젊은이들로 붐비는 속초 소호거리 게스트하우스 `소호259` 내부. [사진 제공 = 소호259]

강원도 원주는 과거 군사도시에서 '의료기기 산업 메카'로 거듭났다. 현재 원주에 둥지를 튼 의료기기 관련 기업은 180여 개로 메디아나 씨유메디칼 누가의료기 등 국내 우량기업도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 기업 생산 규모는 2020년 기준 6423억원, 국내 시장 점유율은 6.3%다. 강원도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의 2.5%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원주 의료기기 산업은 1998년 흥업면 보건지소를 개·보수한 창업보육센터에서 벤처기업 10여 개로 태동했다. 기업들은 당시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용전자공학과(현 의공학부)와 협업하며 비약적 성장을 이어갔다.


2003년부터는 원주의료기기산업기술단지(태장동) 첨단의료기기테크노타워(흥업면)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문막읍)가 순차적으로 조성되고 신규 창업과 기업 이주가 잇따랐다. 도시 전반에 거대한 산업지구가 형성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단법인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등 지원 기관도 설립돼 기업 성장에 힘을 실었다.

제조업 기반을 다진 원주시는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성장했다. 의료기기 산업 육성 초기인 1998년 26만명이던 원주 인구는 지난해 말 35만명까지 늘었다. 강원도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가 30만명인 도시는 원주가 유일하다.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는 지방도시 혁신성장 모델로 평가받는다. 지자체와 지방대학 등이 힘을 모아 벤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벤처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 산업 불모지였던 도시를 제조업 중심지로 키워내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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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지역인 경남 거창군도 혁신 클러스터를 통해 소멸 위기를 서서히 극복해가고 있다.


거창군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2005년 폐교 위기에 몰린 한국폴리텍7대학 거창캠퍼스를 승강기전문대(2010년 개교)로 전환하고 거창일반산업단지와 거창승강기전문농공단지를 조성해 관련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승강기대는 2012년 처음 74명을 졸업시켰고 해마다 300명 안팎의 승강기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졸업생은 총 1656명이다. 지난해 입학생 297명 가운데 거창 출신은 15%, 나머지는 서울·경기·경남·경북 등 타지에서 유입됐다. 승강기 기업 또한 2012년 8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37개로 10년 사이 29개나 늘었다. 관련 매출은 2012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증가해 거창 주산업이던 사과농업(1500억원)을 뛰어넘었다.

승강기 혁신밸리가 안착하면서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거창 인구는 6만1073명으로 전년 대비 429명 줄었다. 감소율은 0.7%로 경남도 군 단위 지자체 중 가장 낮았다. 거창군은 "탄탄한 교육·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농촌마을과 구도심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소외된 지방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다. 대부분 지역 고유 문화나 유휴자원에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창업가 형태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쇠퇴한 지역에 들어가 정착하고 또 다른 청년을 유입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인구 40명인 농촌마을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경북 문경시 산양면 현리 '화수원'이 있다. 화수원은 청년 창업가들이 폐가였던 고택을 매만져 2018년 문을 연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다. 이곳은 개업과 동시에 MZ(밀레니얼+Z)세대 관심을 끌며 해마다 많게는 8만명을 끌어모으고 있다. 화수원이 있는 산양면 인구가 4000명 안팎, 문경시 전체 인구가 7만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경북에는 상주시 카페 '상주공간'과 영천시 최초 필라테스 학원 '젠코어필라테스', 문경시 공연장 '클래식한스푼' 등도 있다. 강원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뒷골목(동명동)도 로컬창업을 통해 젊은 거리로 변화 중이다.

서울 출신인 남매 이상혁·이승아 씨가 2015년 골목 여인숙을 게스트하우스(소호259)로 바꿔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주점과 북카페 등이 하나둘 생겨나 작은 거리를 이뤘다. 게스트하우스는 2호점까지 문을 열어 매년 많게는 1만여 명이 찾는다. 이승아 대표는 "활력을 잃은 구도심, 나아가 지방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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