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시국에도 회식 하나요?"…회식 대신 배달앱 쿠폰 주는 직장들

김정석 기자
입력 2022/01/23 18:43
수정 2022/01/24 07:10
폭탄주 대신 배달쿠폰
달라진 기업 회식문화

고강도 거리두기 지속 여파
기업들 회식비 소진 못하자
직원들에 배달앱 쿠폰 지급

배달플랫폼 기업고객 늘어
작년말 매출의 25% 차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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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김 모씨(37)는 지난해 말 회식이 취소되면서 회사로부터 배달앱 이용 쿠폰 10만원권을 받았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회사가 회식을 금지하고 일주일 가운데 사흘은 재택근무를 하라고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는 아이를 가질 계획인데 회식에 참석하려고 하니 불안하긴 했다"면서 "집에서 일하면서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부원들이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 차로 접어들면서 회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 송년회부터 신년회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던 분위기가 바뀌고 MZ세대(1980~2000년생)를 중심으로 '쿠폰 회식'이 점차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은 예산으로 잡아놓은 회식비를 처리하기 위해 배달앱 쿠폰, 외식 상품권 등 형태로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한 기업체 재무담당 직원은 "이미 잡힌 회식비를 반납 처리하면 내년에 다시 회식비 책정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다른 형태로 지급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회식비를 배달 쿠폰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잡힌다. 요기요에 회식 수요가 몰렸던 지난달 '선물하기 서비스' 매출 가운데 25%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 나왔다. 배달앱 점유율 3위 쿠팡이츠 또한 이 같은 시장 추세를 반영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B2B 사업을 시작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배달앱 쿠폰은 혼자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쓸 수 있다"면서 "단순히 회식비를 배분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들이 디지털 트렌드에 적응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효과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식을 대체하는 '배달앱 쿠폰 회식'에 대한 평가에서는 세대 간에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직장인 1460명을 대상으로 '업무 외 대면 소통 필요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대 직장인 65.7%와 30대 직장인 60%는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회식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40·50대 이상 기성세대는 '배달앱 쿠폰 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막상 회식 대신 배달앱 쿠폰을 받아도 평소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달 맛집'을 찾아 나서기 어렵고 자녀에게 배달앱 쿠폰을 선물하려고 해도 온라인 소비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마저도 유효기간을 넘기기 일쑤다. 대기업에서 부장급으로 재직하고 있는 박 모씨(48)는 "지난해 말 회식 대신 배달앱 쿠폰 10만원권을 받았다"면서 "회식 자리에서 부원들이 교류해야 서로 친해지고 업무 효율도 높아지는데, 아쉬운 지점이 있다"고 답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전통적 의미의 사회적 관계를 흩뜨려 놨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공존하면서 사회문화가 천천히 변화했겠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으로 기성세대의 저항이 무력화됐다"고 덧붙였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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