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갑자기 땅이 푹 꺼졌다"…서울 하수관 30%는 50년 넘어

입력 2022/01/25 17:20
수정 2022/01/25 23:05
서울시 하수도의 54%는
사용연한 30년 넘어 노후

누수율 높아 지반침해 초래
싱크홀 7년동안 169건 발생

지하탐사후 교체·보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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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건설 현장 옆 인도에서 깊이 3m 싱크홀이 발생해 길을 가던 20대 여성이 싱크홀에 빠져 팔과 다리를 다쳤다. 싱크홀 은 가로 0.5m, 세로 1.5m로 책상 하나 넓이 정도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에서는 가로 3m, 세로 2m, 깊이 1m 규모 싱크홀이 발생했다. 버스정류장 인근에 위치해 자칫 잘못하면 바퀴가 내려앉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서울의 땅 밑을 혈관처럼 흐르고 있는 하수도관이 노후해서 싱크홀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겨울철에는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지반이 약화돼 노후 하수관이 무너지는 싱크홀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25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 하수도(1만740㎞) 가운데 54.2%는 이미 사용연한이 30년을 넘겨 노후시설로 분류됐다. 심지어 사용연한이 51년을 넘긴 하수도 또한 31.8%에 달해 '늙어가는 서울'이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니었다. 하수도 가운데 하수관은 53.4%, 하수관과 하수처리장을 잇는 차집관의 경우 69.8%가 30년 넘게 쓴 노후시설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하수도(하수관과 차집관 합계)의 평균 사용연수는 35년에 달했다. 아파트 같으면 준공 이후 30년을 넘기면 재건축 대상으로 분류되는데, 하수도 절반 이상은 다시 묻어야 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지역별로 비교해 보면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로 이어지는 하수관로 중 30년 이상 된 관로 비중이 58.4%로 가장 높았다. 그 외 난지물재생센터(56%), 중랑물재생센터(52.3%), 서남물재생센터(50.3%) 등 모두 30년 이상 된 관로 비중이 50% 이상이었다.

하수도는 노후화되면서 누수율이 높아지면 흙이 쓸려 내려가 지면 아래 빈 공간에 생긴다.


심지어 하수도가 오래돼 지반이 약해지면 하수관 위에 깔린 상수관의 이음새가 어긋나고, 이에 상수도에서도 누수가 생기면서 지하 공동현상이 가속화된다. 최근 온수관 파열이나 건물이 기우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땅꺼짐 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목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를 포함한 한국 도시의 인프라 대부분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함께 건설됐다"면서 "지하 매설물 대부분은 눈에 띄지 않아 사용연한이 30년을 넘겨도 관심을 끌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2021년 7년 동안 서울시에서만 총 169건에 달하는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조차도 2014년 석촌지하차도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뒤 싱크홀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2015년 33건, 2016년 57건 등 매년 싱크홀 수십 건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2015년 처음으로 지하 레이더 탐사(GPR) 장비를 마련해 지하 공동현상 탐사 차량을 개발해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반짝 전시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는 2019년 13건, 2020년 15건, 2021년 11건으로 꾸준히 싱크홀 발생 건수가 줄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노후도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언제 대형 사고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싱크홀 피해와 건물이 기우는 사고 등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하수관로 노후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오래된 순서대로 상수관로와 하수관로의 샘플 조사를 진행해 보수를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5일 "서울시 전역에 대한 공동 전수조사를 시행해 지하 공동현상 총 5192개를 발견해 복구했다"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서울시 지반침하 발생 건수는 2016년 57건에서 2021년 11건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하수관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등 인프라 또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수도뿐만 아니라 도로(29.2년), 철도(25.4년), 상수관로(23.5년) 등 기반시설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평균 사용연한이 30년을 넘긴다. 이 교수는 "인구수가 늘어나면 자연히 물 사용량과 하수 배출량이 증가한다"며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때도 교통영향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주변 상하수도 관로에 미칠 영향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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