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년전 대학통합 결실…반도체 인재에 집중"

입력 2022/02/24 17:26
수정 2022/02/24 19:48
이길여 가천대 총장 인터뷰

"2025년엔 이공계 비율 60%"
AI학과 신설하며 변화 주도

성남시와 전문인력 양성 맞손
학비무료·현장실습 등 뒷받침
17880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이길여 총장이 인터뷰에서 대학 체질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가천대]

가천대는 가천의과대학 가천길대학 경원대 경원전문대 4개 대학이 합쳐진 대학이다. 가파른 저출산 추세에서 미래 학령인구 감소를 내다봤던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2006년부터 가천길대학과 가천의과대학 통합을 시작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앞으로 소규모 대학은 경쟁력이 없다며 '10대 사학'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대학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했다. 지금 학생 수 감소로 다른 곳에서도 대학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는데 가천대는 2011년 통합을 완료하고 2012년 3월 가천대학교로 새롭게 출발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이길여 총장은 성남 가천대글로벌캠퍼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간 통합은 전문대 정원을 60%가량 줄이는 과정에서 학내 반발이 컸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해 추진했다"면서 "비전을 가지고 학내 구성원을 설득하며 반발을 물리친 지난한 과정은 이후 우리 대학이 학과 간 정원을 조정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전공을 키울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들의 통합에 대해서는 쉽지 않다고 봤다. 이 총장은 "우리 대학처럼 강한 리더십과 비전을 발휘한 대학도 힘들었는데 선출직 대학총장이 있는 다른 대학은 인위적인 인력 조정까지 수반되면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교직원 인원 조정은 절대 없다고 설득하면서 정년을 보장하고 그 후 정년퇴직과 같은 자연스러운 인원감소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선통합 후 조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학교 통합 때도 그렇듯 대학이 시대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천대는 신설학과 개설이나 이공계열 정원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학부에 입학정원이 150명인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하고 올해는 차세대반도체·스마트팩토리·스마트보안·스마트시티융합학과를 만들어 각 50명씩 200명을 선발했다. 다른 대학들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학내 저항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장은 "지금 이공계열 학생 비율이 53%인데 올해 배터리공학을 신설하는 등 정원을 조정하면 2025년도에 60%로 높아진다"면서 "처음 대학이 만들어질 때야 칠판 하나만 있으면 강의가 가능한 문과 위주였지만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최근 성남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인재양성 산업'은 앞으로 대학이 지역과 산업을 함께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총장과 은수미 성남시장이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성남시에 거주 중인 대졸 이상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한데 취업준비생에게 우선순위가 부여된다.


교육과정은 반도체 설계 관련 13개 교과목으로 운영되며 과목당 교육시간은 총 48시간이다. 여름방학 때는 판교 팹리스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며 경험을 쌓도록 했다. 이 총장은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리스 중견기업은 당장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가천대에서는 전국 유일하게 차세대반도체학과가 있기는 하지만 졸업까지 4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1년 정도 기간에 전문가를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반도체 아카데미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아카데미는 은 시장 요청으로 가천대와 성남시가 협업해 학비 무료로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이 총장은 "우리 대학은 반도체 관련 학과가 설치돼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 인프라 구축사업'에 선정돼 반도체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다른 대학에서 반도체 인력을 우리만큼 잘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산업현장에 반도체 인력이 계속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30명을 모집해 8~10개월간 전문교육을 실시한 뒤 반도체 산업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남시가 5억원을 지원하고 가천대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맡았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