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In]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보 개선 공약했는데…얼마나 실현될까

입력 2022/03/17 06:05
윤 당선인 "국민이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보 문제 해결" 공약
외국인 가입자 낸 보험료보다 받은 혜택 적어…피부양자 등록요건 강화될 듯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

대선을 앞두고 지난 설 연휴에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가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해 과도한 혜택을 받아 가는 제도적 맹점을 해소하겠다며 약속한 말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실제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외국인 피부양자 등록 요건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윤 당선인이 "정당하게 건보료를 내는 외국인에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는 했지만, 앞으로 외국인이 국내 거주하는 건보 직장 가입자 가족 밑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 혜택을 받기가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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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건강보험

◇ 외국인 피부양자 자격요건 강화 법률안 2건, 이미 국회 계류 중

17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지역가입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뉜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직장 가입자의 건강보험증에 기대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보험 혜택을 받는다.

현재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피부양자가 되는 데는 차별이 없다.

건보공단이 정한 일정 소득 기준,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내국인 직장 가입자든 국내에 기반을 둔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장가입자든 차별 없이 자신의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외국인 직장 가입자의 경우 국내에 같이 살지 않고 주로 외국에 체류하는 가족도 피부양자로 올려놓고 질병에 걸리면 국내 입국해 치료·수술 등 건강보험 혜택만 받게 하고서는 출국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윤 당선인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2021년 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다"며 "한 가입자의 경우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까지 등록해 온 가족이 우리나라 건보 혜택을 누린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에도 이런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허점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국회에는 이미 외국인 피부양자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2021년 1월 27일에,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이 2021년 12월 29일에 각각 대표 발의했는데 두 개정안 내용이 거의 같다.

외국인이 피부양자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직장가입자와 관계, 소득·재산 요건 이외에도 국내 거주기간 또는 거주 사유를 추가해 단기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는 것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과 형평성을 제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당·과다 수급 문제를 과장·확대 해석한 나머지,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이 우리나라에서 낸 건강보험료보다 급여 혜택을 적게 받는 현실을 외면하고 도리어 외국인 역차별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이주민단체의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은 한국계 외국인을 포함해 외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이고, 재외국민은 외국에 체류하거나 오랫동안 살면서도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인을 말한다.

◇ '외국인 건보 무임승차 아니다'…외국인 건보재정 매년 흑자

실제로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많은 피부양자를 등록해 건보재정을 축낸다는 지적은 외국인 전체로 볼 때 사실이 아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내국인 직장가입자는 1천812만3천124명이고 피부양자가 1천910만4천353명이어서 1명당 피부양자 수는 1.05명이다.

이에 반해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51만3천768명이고 피부양자는 20만555명이어서 1명당 피부양자 수는 0.39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1명당 피부양자 수는 내국인의 37%에 그치는 셈이다.

또 내국인 직장가입자 중에는 무려 12명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이 건보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외국인은 건보료로 낸 돈보다 보험급여를 적게 받음으로써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관련 자료'를 보면 외국인 가입자의 건보 재정수지는 2018년 2천320억원, 2019년 3천736억원, 2020년 5천875억원 등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흑자 규모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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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문혜원]

최근 3년간 누적 흑자 규모가 1조1천931억원으로 1조원을 훌쩍 넘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금껏 외국인 가입자 재정수지는 해마다 흑자로, 크게 봐서 외국인 가입자는 전체 건보재정 안정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혜택은커녕 과도한 건보료 부담으로 되레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이주민단체는 주장한다.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입국한 뒤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니면 의무적으로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게 하는 건강보험 당연 가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사용자가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지 않아서 직장가입자가 아니라 지역가입자가 되어 상대적으로 비싼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가입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반반씩 분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노동자 혼자서 보험료 전액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과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년도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2021년 기준 11만8천180원)를 내야 한다. 소득수준이 낮은 외국인 지역가입자 처지에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아울러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내국인 농어촌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22% 경감과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28% 지원사업 대상에서도 배제돼 있다.

또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세대원 등록 자격이 내국인보다 제한적이다.

내국인은 세대주와 동일 세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직계존비속, 미혼인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으로 폭이 넓지만, 이주민은 세대주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세대 인정 범위가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부모나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이주민은 각자에게 1인당 부과되는 '지역건보료 폭탄'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이주민 인권 옹호 시민단체들은 현행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가 이주민 개인에게도 불합리한 차별을 하고 있지만,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동포와 난민들에게는 생계와 체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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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단체 '공정한 건강보험료 부과하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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