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파 선생의 소년운동 선언, 국제연맹보다 1년 빨랐죠

이진한 기자
입력 2022/05/02 17:36
수정 2022/05/02 17:38
이양희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사장

유엔 아동권리위원장 맡으며
韓최초 유엔인권기구 수장돼

올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업이 아동권익보호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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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존엄성과 지위 향상을 위해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선포하고 이듬해 5월 1일 서울에서 제1회 어린이날 기념식을 열었다. 어린이날이 지금처럼 5월 5일에 자리 잡은 시기는 광복 직후인 1946년부터다. 1923년 당시 기념식에 배포된 '소년운동의 선언'에서 소파는 어린이에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와 (만 14세 이하) 노동 금지 그리고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이양희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사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소년운동의 선언'은 국제연맹(유엔의 전신)이 아동권리선언문을 채택한 1924년보다 1년 빠른 소파의 선구적인 가르침"이라며 "한국 사회가 이를 바탕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 착취가 만연하던 시기를 벗어나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동인권의 기본정신을 생각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불평등하게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한 이 이사장은 2003년부터 10년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아동인권 분야 전문가다. 2007년에는 위원장으로 선출돼 한국인 최초로 유엔인권기구의 최고책임자가 됐다. 또 2014년부터 6년간 유엔 인권이사회 미얀마 특별보고관을 역임했다. 한국인이 특별보고관 활동을 한 것 또한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2011년 효령상(사회봉사부문)을, 2009년 세계인권선언 제61주년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아동학대가 주로 가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전체 아동학대 사건 3만905건 중 피해 아동의 82.1%가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는데, 이 같은 현상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역별 특성이 존재하지만 외국은 보육시설과 교육기관 등에서의 발생 비율이 훨씬 높다"며 "국가 차원의 '부모 교육' 지원과 함께 한국 부모들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건 아닌지 검토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이 아동인권 개선의 주체로 기업이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후진국형 아동 노동력 착취 근절은 물론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 등 아동의 권익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시설에 투자하고,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차원에서 경영 전략에 아동의 권리를 포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가 제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아동발달전문가와 아동 당사자 등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면서 아동인권 개선을 시도한 점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을 계기로 꾸준히 제기돼 온 보완 입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1989년에 만들어진 이 협약은 아동의 생존·발달·보호·참여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를 명시한 국제 인권협약으로,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196개국이 비준했다. 한국 정부는 협약 비준 이후 이행 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정기적으로 제출해 심의를 받아 왔다.

이 이사장은 "국제협약을 비준할 때는 이행 법률을 제정하게 돼 있는데 30년이 지나도록 아동기본법 또는 아동권리법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소관 부처별로 아동인권이 침해되는 사례에 대응하고 있지만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연이어 등장하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동 전부를 포괄할 수 있는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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