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담합 자진신고, 공정위? 검찰?…기업은 헷갈린다

입력 2022/05/16 17:29
수정 2022/05/16 19:32
공정위·檢으로 이원화 1년 반
기업은 어디에 신고할지 눈치
2중으로 처벌 받을까 걱정도

인수위, 정보공유 추진 불구
구체적 운영 방안은 못내놔

법조계도 "창구 일원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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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 4개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담합했다가 적발 위기에 처하자 각자 다른 기업을 배신하고 죄를 자진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A와 B는 담합 적발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로 달려갔고, C와 D는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에 죄를 자백했다. 리니언시(기업에 자진신고할 때 처벌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자진신고를 하면 고발을 면제하거나 과징금을 감면해준다. 검찰도 죄를 자백하는 대신 형사 절차상 혜택을 주는 제도(카르텔 사건 형벌 감면·수사 절차에 관한 지침)를 2020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리니언시가 1년 반 전부터 검찰과 공정위로 이원화되면서 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어디에 자진신고를 해야 할지 헷갈려 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과 로펌들은 검찰과 공정위 사이에서 눈치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검찰과 공정위 간 리니언시 정보 공유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보를 공유할지 정하지 못하고 우선순위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밀리면서 구체적 방안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리니언시 기업 혜택도 두 기관이 다르다. 위 4개 기업 중 공정위로 간 1순위 A는 고발 면제와 과징금 100% 감면, 2순위 B는 고발 면제와 과징금 50% 감면 혜택을 받는다. 검찰에 1순위로 간 C는 기소가 면제되고, 2순위 D는 형량을 50% 줄여 검찰 구형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담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신고를 통해 4개 기업 모두 혜택을 보는 것이다. 단, 형량을 결정하는 건 판사 재량이기 때문에 검찰이 50% 감경해 구형했더라도 그대로 확정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법원은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침해하는 '편법'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또 플리바게닝(합법적 형량 거래)과 다를 바 없는데 이를 입법이 아닌 행정규칙으로 정한 것도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리니언시가 두 기관으로 이원화된 배경은 2018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논의하면서부터다. 당시 합의한 개정안 내용을 보면 리니언시 접수 창구는 기존 공정위 창구로 단일화하되, 공정위는 검찰에 자진신고 접수 이메일 계정에 접속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또 자진신고자가 제출한 정보를 검찰과 공정위가 공유하고 검찰이 1순위에 대해 형을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는 검찰 권력 강화를 우려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존속하기로 했다. 대신 검찰은 형법상 자수 감경 조항을 활용해 자진신고자 기소를 면제하는 '형사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제도 시행 10개월 만인 작년 10월 형사 리니언시 혜택을 받아 기소가 면제된 첫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검찰은 해당 사건이 공정위에도 리니언시 접수가 된 사건인지 알기 어렵다.


이에 대해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공정위와 검찰이 리니언시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제도가 구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에 리니언시를 신청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경쟁 업체가 '형사 리니언시'를 신청하면 언제든지 검찰에서 수사를 받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와 기업에서는 검찰의 형사 리니언시 도입으로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과 함께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리니언시가 검찰과 공정위로 접수 창구가 나눠지면서 변수가 늘고 기업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자진신고를 할 때는 팩스든, 이메일이든 정말 급박하게 신청서를 보내게 되는데 나중에 보면 불과 몇 십 초 사이로 순위가 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아예 기업들에 담합 관련 자문을 할 때 처음부터 검찰과 공정위에 동시에 내라고 자문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소한 공정위가 검찰과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거나 접수 창구를 합쳐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기업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가 제일 무서운데 공정위에 리니언시를 하더라도 검찰에 하지 않으면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악의 경우 처벌 주체가 '이중'으로 되기 때문에 일원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공정위는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리니언시 기업정보 공유 확대 △미고발 사건 정보 공유 △공소시효 임박 사건 정보 공유 등이 담긴 전속고발권 운영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업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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