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리두기 풀려도 힘들다"…장사 접는 사장님 사연은

박나은 기자
입력 2022/05/22 17:41
수정 2022/05/22 21:40
고삐 풀린 물가
밀·설탕·고기 값은 뛰는데
제품가격 못올려 전전긍긍

일할 사람은 없어
알바 모집공고 69% 증가
'월급 300만원' 구인 광고도

"손실 커지기 전 빨리 털자"
온라인서 매장 양도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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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매장을 양도하고 투자금이라도 회수하려는 거죠."

서울 관악구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45)는 지난달부터 매장 양도자를 찾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장사를 그만두는 편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2년을 버티면서 정신적·신체적으로 많이 지친 상황이라 더 이상 영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 그나마 매장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개월 만인 지난 4월 해제됐으나 자영업자 얼굴엔 여전히 수심이 가득하다.


물가 상승, 구인난, 배달 감소 등의 영향 탓에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뀐 지금이라도 매장을 양도한 뒤 권리금이라도 챙기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자영업자를 괴롭히고 있는 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물가, 그리고 인건비로 인한 고정비용 상승이다. 코로나19로 심화된 구인난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시급을 최소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올려야 아르바이트생을 겨우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고깃집은 홀·주방 직원을 월 급여 270만~320만원을 주고 구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동작구에 있는 카페를 양도했다는 A씨도 "1년 동안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안 구해져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사람을 구하기도 힘든데 인건비까지 많이 오르면서 앞으로 장사를 해도 수익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남은 권리금이라도 받고자 매장을 양도했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자주 사용하는 밀·설탕·육류·식용유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등 원재료값 상승도 문제다.


서울 용산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윤 모씨(30)는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가격이 올라서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지만, 수익을 위해 너무 많이 올리면 손님이 외면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의 구인난은 늘어나는 공고 건수로 확인되고 있다. 알바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알바몬에 등록된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는 242만942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43만4114건에 불과했던 공고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분기에 138만8194건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75% 증가했다. 최저임금 수준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시급을 준다고 공고하지 않으면 사람을 구할 수 없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게시된 공고의 평균 시급과 최저 시급의 차액이 2019년 968원, 2020년 1255원, 2021년 1265원, 2022년 1273원으로 계속 오르는 추세다.

대출을 받아 버티던 자영업자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금과 이자 상환 압박이 커지자 매장 양도를 결심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용 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자영업자들이 대출 이자를 낼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면서 매장 양도를 고민하고 있다는 자영업자 이 모씨(37)는 "금리가 최근 급격히 오르면서 사업자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상환 부담이 커졌다"며 "매장을 양도한 후 권리금이라도 받아서 급한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양도 글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매일경제가 분석한 결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가 발표된 지난달 15일 이후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하루 평균 60~70여 건의 매장 양도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루 평균 15~20건의 양도 글이 올라오던 지난해 4~5월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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