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예산 더 준다고 하면 난감한 학교 "쓸 곳 쥐어짜려다 일만 많아질라"

입력 2022/05/22 17:48
수정 2022/05/23 10:25
작년에도 추경으로 6조 증액
교육교부금 소진 애먹었는데
올해는 교육감 선거 때문에
석달안에 11조 털어야할 판

교육청 예산엔 '꼬리표' 달려
학교 재량껏 사용조차 힘들어

"내국세 20% 자동배정 안돼
실수요 기반 예산이 합리적"
◆ 교육예산 첫 100조 ◆

45168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올해는 6월 1일 지방선거로 현재 시도교육감 등은 대부분 선거 일정에 따라 공석이다. 교육감 선거가 끝나고 8~9월은 돼야 전국 시도교육감이 지역 교육청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광역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나 학교 현장에서는 불과 3개월 만에 예산 11조원을 신규 사업 등으로 모두 소화해야 한다.

이미 작년에도 추경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6조원이 증액됐을 때 학교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예산을 소진한다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런데 올해는 시간이 전년보다 훨씬 더 촉박한데 2배 가까운 예산을 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최기혁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은 "기획재정부가 이렇게 세수 추계를 제대로 못하는 이상 계속 추경으로 인한 예산 소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늘어난 예산을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회복에 쓰고 신규 교육감들이 자기 공약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예산 불용이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기재부의 세수 추계 오류로 추가 배정되는 예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 회계 특성상 연초에 1년치 사업 계획이 세워지고 2학기가 시작된 후에는 추가로 예산이 배정되더라도 집행할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에 전달되는 교육청 예산은 온갖 꼬리표가 달린 목적사업비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고 싶어도 재량껏 사용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올해 추경으로 나온 막대한 거액의 예산을 교육청이 관행대로 갖가지 명목으로 잘게 쪼개 목적사업비로 줄까봐 불만도 나오고 있다. 비용 집행을 위한 공문 작업으로 학교 행정이 지게 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으로 배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전국 학교 1만6500곳(국공립 유치원 포함)으로 나누면 학교당 예산 6억7000만원가량이 배분된다. 게다가 본예산에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대부분 교직원 인건비나 학교운영비, 교육복지지원비 등 경직적인 항목에 투입되기 때문에 예산 소진에 대한 어려움이 별로 없는 반면 추경 예산으로 내려오는 교부금은 아예 새로운 사업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역의 한 일반고 교장은 "학교를 못 믿어 또 20만~50만원 명목의 목적사업비를 쪼개서 신청하라고 할 텐데 결국 학교에서 회의하고 기안을 작성하는 뒤치다꺼리에 시간을 다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비 신청은 담임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추경이 오히려 학교 업무를 늘리고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교육계 불만에는 2년 연속 세수를 과소계산하는 오류를 범한 기재부가 만약 앞으로 세수를 과대계산한다면 오히려 교육청 예산이 깎여 지방교육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불안감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경제 환경에서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재부의 세수 추계 능력은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청에 배정하는 방식은 교육 예산의 불안정성만 부채질한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지금이야 교육 예산이 많다고 하지만 세수에 따라 경직적으로 배정되는 방식 때문에 교부금이 부족해 2015년에는 지방교육채까지 발행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세수 연동분을 줄이고 실수요를 반영하는 예산을 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장 연말 3개월이란 촉박한 기간에 추경을 모두 다 쓰기보다는 재정안정화기금에 축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내년부터 세수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고 현재 부동산 공급 정책에 따라 신규 아파트가 들어서면 신설 학교 건설로 인한 비용도 미리 준비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관한 개선 논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이뤄졌다. 이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대학 지원에 써야 한다는 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는 당장 올해 추경에는 반영되지 못한다. 국회 관계자는 "유보통합 같은 이슈에 대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올해 추경에서는 그런 고려 없이 금액만 늘어났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