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구는 셋방 살고, 누구는 임대 주고…지자체 청사의 두 모습

입력 2022/05/25 17:34
수정 2022/05/26 06:33
전국 243개 지자체 전수조사

12년前 호화청사 방지 기준면적
지자체별 인구변화 못맞춰

시민·공무원 늘어난 인천시
공간부족 다른건물 더부살이

강릉시는 초과면적 해소위해
2개층 외부기관에 임대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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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0만명이 살고 있는 인천 계양구 구청 공무원들은 회의 시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서별 회의가 겹칠 때면 회의실이 모자라 '회의실 선점 전쟁'이 벌어진다. 2001년 옛 청사 건립 당시에는 "너무 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계양구 관계자는 "2001년 새 청사 건립 당시 500명이던 공무원이 지금은 900여 명으로 늘었다"면서 "회의실도 부족한데 정부는 10년 전 만든 청사 기준면적을 초과(5058㎡)했다며 해소를 요구해 난감하다"고 전했다.

#강릉시는 2001년에 지하 1층~지상 18층 규모로 새 청사를 건립했다. 인구 20만명에 달하는 시청사치고는 호화 청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시는 향후 50만명 이상의 도시로 발전할 것을 염두에 두고 청사를 지었다고 설명했지만, 지금까지 20만명 도시에 머물고 있다. 인구에 비해 청사 면적이 너무 넓다는 이유로 한때 중앙정부에서 교부세 삭감 등 재정적 제재를 받기도 했다. 강릉시 새 청사는 2010년 법정화된 기준면적(1만7759㎡)에서 1만151㎡를 초과한 상태다. 강릉시 관계자는 "2개 층을 외부 기관에 임대하고, 책문화센터 등을 확보해 초과 면적을 해소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2년 전 만든 청사 기준면적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일부 지자체에서 호화 청사 논란이 일면서 지방 재정 건전성 문제로 비화하자 2010년 공유재산법을 개정해 지자체와 지방의회, 단체장 집무실 기준면적을 법정화했다.

특별시·광역시·시·군 등 지자체 유형과 인구 규모를 토대로 청사 기준면적 구간을 만들었는데 지자체 청사 기준면적 구간이 무려 33개에 이른다. 까다로운 규제가 12년째 그대로 지속되며 여기저기에서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떤 지자체는 인구가 줄어 정부가 정한 청사 기준면적을 초과했다고 지목받고 어떤 지자체는 기준면적을 맞추기 위해 별도 사무실을 임차하는 등 여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기준면적을 지키지 않는 지자체에 대한 보조금 삭감 등 재정적 페널티가 2019년 이후 사라져 실효성도 사라졌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인구가 감소하는 지자체 청사의 초과 면적은 주민이나 시민단체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면 되지만, 반대로 행정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지역의 청사는 증축 외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으냐"면서 "현재의 기준으로는 청사 확대가 쉽지 않은 만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매일경제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를 통해 전국 243개 지자체(광역단체 포함)와 지방의회 청사, 지자체장 집무실을 전수조사(2020년 기준)해 보니 지자체 청사 19곳, 지방의회 청사 18곳, 단체장 집무실 9곳이 기준면적을 초과했다. 2011년 8월 정부가 파악했던 초과 현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도 정부가 공개한 기준면적 초과 청사는 지자체 청사 21곳, 지방의회 청사 24곳이었다. 지자체장 집무실 25곳도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현재는 9곳으로 줄었을 뿐이다.

통계적으로는 90%가 넘는 지자체·지방의회가 기준면적을 잘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공간이 부족해 민간 시설을 임차하거나 의자가 부딪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대도시에서 나타난다. 인천시는 법이 정한 청사 기준면적(5만2784㎡)을 잘 지키고 있지만 업무공간이 협소해 애를 먹고 있다. 본관 일부 부서는 팀 간 공간이 좁아 동료끼리 의자가 부딪치기도 한다. 업무공간이 부족해 오랜 시간 다른 건물을 임차해 더부살이를 하던 인천시는 지난해 3월 시청사 앞 신관 건물을 매입해 근무 환경을 개선했다. 송도 임차건물에 배치했던 부서를 포함해 총 31개 부서(620명)를 신관 11개 층에 배치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간이 모자라 회의실 등은 임차해 쓰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신관을 매입하면서 임차 문제는 해결됐지만 업무공간이 여전이 부족해 증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기준면적을 초과한 지자체들도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준 대비 1963㎡가 초과된 인천시의회는 "지방의회 청사 기준면적이 건물을 지은 뒤 만들어져 현실과 괴리가 있다"면서 "1991년 본관, 2008년 별관이 만들어진 뒤 인천시의원은 37명에서 40명으로 늘어나는 등 의정 수요가 증가해 실제로는 청사가 협소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역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기준면적을 일률적으로 만들고, 이를 지킬 것을 강요하다 보니 업무공간 부족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면서 "행정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원인이 되는 만큼 지역 특성에 맞게 기준면적을 탄력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수도권 기초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처럼 예기치 않은 행정 수요가 갑자기 발생하거나 지자체가 주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르는 경우 증원 인력을 수용하기 위한 공간이 필수적인데 현 기준은 이러한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행안부 관계자도 "기준에 인구·공무원·지방의원 수 증가 반영이 안 돼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연내 청사 기준면적 구간이 수정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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