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합시론] 임금피크제 현장 혼란 없도록 노사 머리 맞대야

입력 2022/05/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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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촉구(자료사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현행법을 위반해 무효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대법원 1부는(주심 노태악 대법관) 26일 한 퇴직 연구원이 연구기관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못 받은 임금 차액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 2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판결의 핵심은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노동자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연령만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대법원판결은 그동안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엇갈렸던 하급심의 판결에 처음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 위반이라고 봤다. 나아가 이는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고, 설사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은 무효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노조의 단체협약 개정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줄소송 등도 우려된다. 임금피크제는 2000년대 들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고령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줄여 경영 합리화를 꾀하고 청년들의 신규채용을 늘리자는 취지였다. 정부가 지원금 제도까지 만드는 등 적극 장려하면서 공공기관은 100% 도입을 마쳤고 민간기업으로까지 급속히 확산했다. 300인 이상 기업의 절반가량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계는 그동안 임금피크제 폐지와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해왔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이 제도가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삭감됐다"면서 "대법 판결은 당연한 결과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현장 지침을 내려보내 일선 노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또는 무력화에 나서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 취지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면서 "향후 고령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나이만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제도를 유지하려면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이 이날 밝힌 '합리적인 이유'의 기준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및 강도의 저감 여부, 감액된 재원이 도입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현재 기업에서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의 효력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으로 해결하기 전에 '합리적 이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노사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노사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였던 고령자 고용 보장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원칙으로 돌아가 머리를 맞대길 기대한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실제 일하는 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이나 정년 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정년 연장형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필요하다면 가이드라인이나 설명자료 등을 신속히 일선에 배포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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