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리만 날려요"…지갑 닫은 손님에 수산시장 상인들 '한숨'[르포]

입력 2022/06/05 20:09
수정 2022/06/0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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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전경.[사진=한재혁 인턴기자]

"원래 이 시간이면 서 계실 자리도 없어요"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A씨는 파리를 내쫓으며 말했다. 아침 내내 A씨 점포에 온 손님은 갈치를 구매한 주부 한 명이 전부였다. 본래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이라는 주말 오전에도 수산물시장의 통로는 한산했다. A씨는 "온종일 앉아서 파리 쫓는 거 말고는 할 일이 없다"며 "30년 동안 장사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소비자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가계가 받는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산물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산물 물가 상승 폭은 전월 대비 2.4% 증가했다.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제재와 수산물 공급 감소 탓에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A씨뿐 아니라 이날 만난 노량진수산시장의 다른 상인들 역시 판매 감소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50대 상인 B씨는 "코로나가 시들해져서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늘어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싸게 팔면 이윤이 안 남고 값을 유지하면 손님이 안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상인 C씨는 "나라에서 수산물을 풀었다는데 딱히 체감은 되진 않는다"며 "어차피 시장 상인들은 중간 조달업체에서 구매하니까 와 닿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이번달 3일까지 24일간 정부 비축 수산물 1824톤을 방출했다. 품목별로는 고등어 731톤, 오징어 414톤, 갈치 359톤 등이 공급됐다.

이 과정에서 공급대상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점포가 우선적으로 지정됐다. 그렇다보니 중간 조달업체와 해당 업체에서 수산물을 구매하는 상인들에게는 체감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상인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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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에 진열된 해산물.[사진=한재혁 인턴기자]

조업량이 줄었다는 점도 수산물 공급이 저조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선박에 쓰이는 경유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선주들이 조업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어업용 면세유 중 경유 가격은 지난달 9일 기준 L당 1237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동월 가격인 562원보다 2.2배가량 증가한 값이다. 지인이 어선을 직접 운용한다는 D씨는 "작은 선박의 경우엔 휘발유를 사용하는데 경유 못지않게 가격이 올랐다고 들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수협중앙회 측은 지난달 17일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어업용 석유류의 경우 과세 후 면제가 아닌 비과세 적용을 해야한다"며 "수산보조금 제한으로 인한 어업경비 부담이 증가한다면 수산업 피해는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6일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명태를 최대 500t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구도형 해수부 유통정책과장은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명태에 대한 방출을 결정하게 됐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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