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통령 결재없이 발표된 인사 명단…진상조사 곧 착수

입력 2022/06/23 17:33
수정 2022/06/23 23:02
尹 '국기문란' 질타 후폭풍

尹, 인사유출 경찰책임 돌리며
경찰 길들이기 의혹 불식 해석
가결재안 공유, 쟁점 떠올라

민주당은 "상부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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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초유의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한 데 대해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진실 공방을 벌이던 중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찰 측 책임을 묻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찰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돌린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만간 감찰이나 진상 조사가 시작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찰을 겨냥해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대통령 결재 이전에 다른 버전의 인사안을 경찰이 먼저 언론에 공유한 데 대한 질책이었다.


경찰 측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걸 명확히 하는 동시에 대통령실에서 인사 번복으로 경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불식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1일 치안감 인사 소동 이후 지속되던 행정안전부·경찰청 간 기싸움은 이로써 급격히 행안부 쪽으로 추가 쏠리게 됐다. 행안부에서는 "행안부 치안정책관실에 파견된 경찰관이 최종본이 아닌 이전 인사안을 잘못 보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발표 경위와 책임 소재를 따지는 진상 조사가 시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행안부는 우선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했으므로 추가적인 조사 계획은 없다"고 부정했으나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 만큼 곧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은 출근길에 "최대한 빨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만남 일정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조만간 양측이 의혹 해소를 위해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경찰청에서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가결재안'을 미리 공유하는 관례가 이번 실수를 계기로 문제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경찰청은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실·행안부와 협의를 마친 뒤 나온 인사안을 대통령 결재 전에 최종본으로 공유해왔다.

이미 대통령실과 논의를 거친 사안이고 역대 대통령들도 그동안 결재안에 대해 그대로 승인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안부 치안정책관실에서 최종본과 다른 안을 경찰청에 전달하는 실수가 일어났고, 이런 관례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윤 대통령이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21일 저녁 사태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인사안을 먼저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어 경찰이 "행안부가 첫 인사안을 잘못 보냈다"는 취지로 언론에 언급한 데 불편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밤 10시께 윤 대통령이 최종 인사안을 결재할 때도 "경찰이 대통령 결재 전에 다른 버전의 인사안을 내보냈다"는 취지의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달 파격적으로 이뤄진 치안정감 승진 인사부터 시작해 전례가 없는 경찰 고위직 인사가 이어지는 상황을 볼 때 과연 실무진의 단순한 실수였느냐는 의문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정권이 개입한 정황이 있었다며 국회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 류영욱 기자 /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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