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민에 다가선다더니…무늬만 '자치경찰'

입력 2022/06/29 17:36
수정 2022/06/29 22:35
시행 1년 맞은 자치경찰제

지역순찰·학교 폭력 담당
인사권·지역내 수사권 등
여전히 국가경찰에 종속돼
맞춤형 서비스 구조적 한계

행안부 통제에 전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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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자치경찰제가 불안정한 '시행 1년'을 맞는다. 1년이 지났지만 지역 주민이 느끼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데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까지 강화되는 흐름으로 들어서면서 존립 자체에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자치경찰은 미국 뉴욕경찰(NYPD)처럼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의 수사권을 지역으로 분배하겠다는 논리로 지난해 7월 탄생했다. 지역 순찰, 범죄 예방 등 지역 주민 생활안전서비스, 지방 교통경비, 학교폭력 등 지역 내 수사 등을 담당한다. 이는 국가수사본부 분리와 함께 국가경찰·수사경찰·자치경찰로 경찰을 삼원화시키겠다는 조치였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수사경찰과의 모호한 분리로 '한 지붕 세 가족'이란 평가를 받는 등 뚜렷한 사무상 한계를 드러냈다. 문재인정부는 처음엔 지방자치단체에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국가경찰 내에 자치사무 부서를 두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때문에 승진·징계 등 인사권, 지역 내 수사권 등이 아직 국가경찰·수사경찰에 종속돼 있는 상황이다. 그에 따라 지역 내 주취자 관리 등 순찰 업무는 자치경찰의 업무 범위지만, 주취자 폭행이 일어난다면 국가경찰의 수사 영역으로 분류되는 등 현실의 치안 양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지역 내 치안 활동을 관장하고 있으나 정작 해당 지역의 시도지사가 인사·예산에 대한 권한이 없다 보니 이를 두고서도 자치경찰과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자치경찰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지역 내 환경, 조건, 치안 수요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권한이 있어야 하나 구조적 한계 탓에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이 너무 성급히 이뤄진 데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현재 경찰법 제4조 제1항은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관할 지역의 '생활안전·교통·경비·수사 등에 관한 사무'로 명시돼 있을 뿐 자치경찰의 목표·개념·기능에 관한 언급이 없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검경 수사권 분리가 이뤄지면서 수사권이 비대해지는 데 대한 대안으로 자치경찰제를 서둘러 도입하다 보니 권한 분배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문제가 있다"며 "결국 수사권 분배도, 시민밀착형 서비스 제공이란 목적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최근 행안부가 1991년 경찰청이 외청으로 독립된 이후 다시 상위 부처로 기능하겠다고 나서며 자치경찰제의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지난 21일 발표한 권고안에서 자치경찰제를 국가경찰로부터 분리하는 '자치경찰제 이원화 모델 도입'을 장기 과제로 분류했다. 이를 두고 행안부는 "이원화 추진 방향을 장기적 방향에서 검토하겠다는 것"이란 입장인 반면 경찰에선 "자치경찰 권한 실질화를 후순위로 미뤄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조만간 행안부가 소위 '경찰국'으로 불린 부처 내 경찰사무 지원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히며 해당 국의 방침에 따라 자치경찰제의 방향도 정해질 전망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수사권 비대화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행안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굳힘에 따라 자치경찰제의 권한 확대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의견과 오히려 경찰청 위주의 중앙집권화를 분산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반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이웅혁 교수는 "윤석열정부는 자치분권 강화를, 행안부는 중앙통제 강화를 서로 얘기하고 있다"며 "정부가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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