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친구들과 산책하고, 낮잠 자고, '강아지 유치원' 반장도 뽑는다는데…

입력 2022/07/01 17:03
수정 2022/07/01 20:42
평일 집 비우는 직장인들
'반려견 유치원' 등록 늘어
오전 등원해 퇴근 후 하원

단체생활 평가 통과해야 입학
소형견·대형견 나눠 운영하고
한 반에 3명의 담당교사 배정

체육·사회화 등 교육 받고
이동장서 1시간 낮잠시간도
활동모습 사진·동영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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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는 박 모씨 집 앞에는 최근 유치원이 생겼다. 마침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던 박씨는 웹서핑을 하다가 이 유치원을 알게 됐다. 박씨는 바로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기로 결정했다. 유치원에 대한 박씨의 만족도는 100%. 특이점이 있다면 박씨가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가 '어린이'가 아니란 점이다. 박씨의 아이는 두 살배기 비숑 '테리'다.

테리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못지않은 바쁜 하루를 보낸다. 우선 등원 후 다른 반려견들과 반갑게 인사를 한 뒤 놀이를 하며 간식을 먹는다. 이후 선생님들과 산책을 다녀오고 목욕을 한다. 유치원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엄마'인 박씨를 기다려 하원하면 테리의 일과는 끝난다.


박씨는 "직장을 다니다 보니 테리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마음이 쓰였는데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부터는 안심이 됐다"며 "테리가 지금 뭘 하는지 유치원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사진들을 보면 테리를 위해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세 살 푸들 '자두'를 키우는 김 모씨도 반려견 유치원을 이용하고 있다. 김씨 역시 집에 혼자 있을 반려견이 걱정돼 유치원을 보내게 됐다. 그는 "자두가 다니는 유치원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어 강아지의 성격에 따라 개인 훈련과 산책, 교육, 놀이 등을 진행한다"며 "가격대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자두를 반려견 유치원에 계속 보낼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평일에 집을 비우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반려견 유치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랜차이즈 반려견 유치원의 성과가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울팟케어클럽'이 대표적이다. 하울팟케어클럽은 반려견 유치원을 비롯해 반려동물 용품숍·미용실·카페 등을 모두 운영하는 프리미엄 반려동물 토털케어센터다. 현재 서초, 일산, 한남점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한남점은 크린랲의 위탁을 받아 대신 운영하고 있다. 한남점의 경우 반려견 유치원 서비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로 가장 높다. 한남점은 개점 6개월 만에 1억원 이상의 월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서초, 일산, 한남점을 통틀어 월평균 170마리의 반려견들이 등록돼 유치원에 등원하고 있다.

하울팟케어클럽 유치원은 입학 전 반려견 성향 평가를 진행한다. 3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 평가는 다른 반려견들과 어울려 단체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또 '낮잠시간'에 스스로 이동장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 만일 반려견이 분리불안을 느끼거나 낯선 사람에게 극도의 경계심을 보인다면 유치원에 등원시킬 수 없다. 유치원에서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향 평가를 거쳐 유치원에 등록하면 반려인이 반려견을 등원시킬 요일과 횟수를 지정한다. 하울팟 지점마다 하루 최대 25~30마리의 반려견이 유치원에 등원하고 있다. 한남점은 소형견과 대형견을 구분해 반을 나누고 있다. 한 반에는 3명의 반려견 유치원 교사들이 배정된다. 오전 9~10시에 등원을 마치면 교사들이 반려견들의 몸 상태를 확인한다. 이후 오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총 5가지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매일 바뀐다. 프로그램은 게임·창의력·체육·풍부화·사회화 카테고리로 이뤄진다. 게임 프로그램의 경우 특정 물건을 오래 바라보고 있기, 탈출하기, 간식 빨리 찾아 먹기 등으로 구성된다. 창의력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트렌드를 바탕으로 기획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미러 디멘션'을 본떠 여러 거울을 통해 반려견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이다.


사회화 프로그램은 특정 환경에 반려견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마철 빗소리나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무서워한다면 이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프로그램은 반려견 훈련·행동상담 전문가인 정다영 하울팟케어클럽 실장이 첫 단계부터 기획했다. 정 실장은 "시지각·호기심 발달, '기다려' 등 매 프로그램에는 명확한 행동 목표가 난이도별로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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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프로그램이 끝나면 낮잠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반려견이 스스로 이동장 안에 들어가 1시간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오후 일과를 보낸다. 오후에는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반려견들을 보살핀다. 오후 4시가 되면 발바닥을 닦아주는 등 위생 관리를 하고 하원 준비를 마친다. 교사들은 오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반려견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일지를 작성한다. 반려인은 반려견의 활동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개별 일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정 실장은 "예전에는 반려인들이 훈련을 위해 반려견 유치원을 찾았다면 요즘은 반려견의 복지를 위해 유치원에 보내는 분들이 많다"며 "반려견에게 다른 강아지 친구를 찾아주는 등의 행동·정서 발달을 목적으로 유치원에 보내는 반려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반려인들이 반려견 유치원을 이용하다 보면 대체적으로 질문을 많이 한다"며 "유치원을 다녀간 다음 날 밥을 잘 안 먹었다든가, 산책하는 데 다른 반려견을 보고 짖었다든가 하면 유치원 교사들에게 질문을 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울팟케어클럽 유치원을 비롯한 다른 시설들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우선 유치원에 등원할 수 없는 반려견들은 아카데미로 연계한다. 유치원이 단체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아카데미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함께 교육하는 서비스다. 반려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반려견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거나 입질이 있는 반려견이 아카데미 등록 대상이 된다. 반려견은 좋지 않았던 경험을 극복하는 연습 등을 반려인과 함께 세밀하게 진행한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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