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자라 안뽑아" "할당제 역차별"…젠더갈등 부른 채용

입력 2022/07/01 17:41
수정 2022/07/01 19:58
여가부 타운홀 미팅
2030 남녀 23명의 목소리 들어보니


젊은 남녀 갈라진 최대원인
취업시장·직장 성차별 꼽아

女 "회사서 여전히 차심부름
불법촬영 등 성폭력 두려워"

男 "남자가 왜그래" 말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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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2030세대 청년들이 젠더 갈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여성가족부]

"취직을 하려고 보니 어떤 회사에서는 여자를 뽑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더라고요."(20대 대학생·여)

"하지만 취업시장에서 여성 할당을 늘려 남성 지원자를 떨어뜨리는 건 역차별이 아닐까요."(20대 대학생·남)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 카페에서는 20·30대 남녀 23명이 모여 '젠더 갈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젠더 갈등의 축으로 우선 취업시장 내 성차별을 꼽았다. 취업이 20대에 당면한 과제인 만큼 성차별이 실질적인 불편과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이날 이색적인 2030세대 '타운홀 미팅'은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직접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는 대학생, 직장인, 스타트업 대표 등 20·30대 남녀 23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모여 주제별로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2030세대가 대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 사업체 대표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갖고 있는 만큼 젠더 갈등에 대한 의견을 넓게 수렴한다는 취지다.

참가자들은 취업시장에서 남녀에게 각각 성차별적 요소가 작용한다는 점을 젠더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20대 여성 대학생은 "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여자인데 버틸 수 있겠어?'라는 질문을 면접에서 듣고 왔다는 선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직장인 남성은 "고용할 때 성별에 따라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는 회사도 있는데, 그럼 그게 타당하냐"면서 "물리적 가산점보다는 역량에 따른 점수를 주는 게 맞는다"고 맞받았다. 취업 과정에서 서로가 느끼는 차별이 다르다 보니 대학생·취준생 남녀 대화에서 항상 갈등 요소가 돌출한다는 것이다.

취업시장에서의 성차별을 뚫고 회사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회사 내 고정적 성역할 인식이 남녀 서로를 찔렀다. 한 20대 참가자는 "회사에 들어왔더니 차를 가져다주는 것은 항상 여직원이더라"면서 "회사에서 맡는 역할에 대해 젠더 차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남성들은 '맨박스(남성이 남성다움을 강요당하는 상태)' 문화가 만연한 직장 분위기에 대해 고충을 털어놨다. 한 30대 대학원생 남성은 "남녀가 같이 협업하는 자리에서 실수를 했더니 '남자들은 일을 왜 대충해'라는 말을 하더라"면서 "이런 발언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하자 '남자가 쫀쫀하게 왜 그러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직장인은 "육아휴직을 알아보려고 주변 남자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도 육아휴직을 생각하지 않더라"면서 "한국 사회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짚었다. 성폭력 피해 경험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에 참여한 20대 여성들은 각각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같은 과 남자 동기들만 모인 '남톡'에서 여자 동기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공공연한 성희롱 문제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20대 여성은 "알바를 했던 건물 공공화장실 칸마다 못 구멍이 여러 개씩 있어 매번 (그 구멍을) 막았지만, 다음날 가면 뚫려 있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불법촬영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여가부가 2020년 발표한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한 번이라도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이 18.5%, 남성이 1.2%로 차이가 컸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한 20대 남성 대학생은 "젠더 정책이 우리 사회에 아직 필요하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젠더 정책을 주관할 부처가 필요하다"면서 여가부 존속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여가부 역할을 어떻게 담아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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