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재 무시한 판결은 무효"…20년 된 헌재·법원 갈등 재현되나 [이번주 이판결]

입력 2022/07/02 07:06
수정 2022/07/02 07:44
'제주도 심의위원 뇌물 사건' 공무원
인정 여부 판단한 재판 놓고
헌재 '한정위헌' 판결냈지만
대법원은 재심청구 기각 유지

2001년 일단락된 '양도소득세 논쟁' 뒤
20여년 만에 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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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기속력(법원이 자신이 한 재판에 대해 스스로 구속돼, 자유롭게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다."

지난 30일 헌재가 만장일치로 낸 '제주도 심의위원 뇌물 사건' 관련 법원 판결에 대한 결정은 이같이 요약된다. 법원이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고 판결을 했으니 그 재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헌재와 대법원이라는 두 사법기관 갈등이 20여년 만에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쟁의 시작은 2003년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한 A씨가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A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해당 심의위원 위촉직이 뇌물수수죄를 규정한 형법 상 '공무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1년 A씨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 실형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듬해 헌재는 이를 뒤엎는 취지의 결정을 내놨다. 헌재가 "형법 상 공무원에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영향폄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정위헌은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결정 형태다. 특정 법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며 효력을 없애 버리는 '단순위헌'과는 다르다.

A씨는 헌재 결정을 받은 후 재심을 청구했지만 광주고법은 이를 기각했고, A씨가 재항고했지만 대법원도 이를 기각했다. 이에 A씨는 2014년 재심·재항고 기각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8년 만에 이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것이다. 앞으로 대법원은 헌재 결정을 존중해 재심을 개시할 수도 있지만 재심 청구를 또 다시 기각할 수도 있다.


그간 헌재와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을 두고 종종 갈등을 빚어왔다.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이 법적 근거가 없는 형식이고, 법률 해석·적용에 관한 법원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도 일부위헌 결정으로서 헌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995~1997년 양도소득세를 공시지가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헌재와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겨야 한다는 대법원이 맞붙은 게 최근 사례다. 당시 갈등은 국세청이 2001년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한 조치를 직권으로 취소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 심의위원 건으로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하면서 두 사법기관 갈등이 다시 한 번 점화될 전망이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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