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美 낙태 처벌에 디지털 정보 실제 이용될까…과거 사례 보니

입력 2022/07/04 05:20
2000년 이후 60명 이상 조사·기소돼…웹검색·문자메시지 증거로 제출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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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대법원 앞에 모여든 낙태 찬반 시위대

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호 판례를 파기한 이후 낙태 여성의 디지털 개인정보가 처벌을 위한 증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하는 주(州)에서 검찰이 문자 메시지나 온라인 검색 기록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2000년부터 작년까지 60명 이상이 법규를 위반한 낙태를 하거나 이를 도운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체포, 기소됐다면서 2명의 여성 사례를 소개했다.

2017년 구급대원들은 미시시피주 거주자인 여성 래티스 피셔의 집 화장실에서 생명이 없어 보이는 아기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 아기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피셔는 처음에 자신이 임신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 사건 열흘 전 낙태약 구입 방법을 검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 기록은 피셔가 낙태약을 분명히 구입했음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이 약을 복용했는지에 관한 증거는 없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피셔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열린 대배심은 아기가 살아있는 상태로 태어났고 질식사로 숨졌다고 보고 피셔를 2급 살인 혐의로 기소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배심은 아기가 생명이 있는 상태로 태어났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 검사법이 구식이고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불기소 의견을 냈다.

WP는 피셔의 사례가 대법원의 판결 이후 단순한 검색 기록도 큰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2013년 7월 임신 30주 때 스스로 낙태를 시행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인디애나주의 프루비 파텔 사례도 전했다.

그녀는 출혈이 심해 병원을 찾았으나 유산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있다가 몸에 탯줄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한 의사의 신고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파텔이 한 친구에게 낙태약을 복용할 계획을 알린 문자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또 파텔이 '전국낙태연합 : 12주 이후 낙태'라는 제목의 웹페이지를 방문했고, 아이패드에서는 처방 없이 낙태약을 구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서 온 이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파텔은 2015년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파텔이 자연 유산 후 인공호흡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생존 가능성이 있는 아기를 방치했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당시로선 미국에서 임신 중지를 문제 삼아 태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사람 중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였다.

하지만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인디애나 주법상 태아살해 혐의는 스스로 낙태를 선택한 여성을 기소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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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관련 기관 방문 위치기록 삭제키로 한 구글

WP는 낙태와 관련한 개인정보 위험은 가정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피셔와 파텔의 사례는 대법원 판결 이후 디지털 증거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미리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피셔가 흑인, 파텔이 인도계 미국인이었다면서 디지털 증거를 통해 낙태를 범죄화할 때 인종적 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 우려를 전했다.

현재 낙태권 지지 단체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정보가 낙태 조사와 기소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정보기술 기업들이 이용자 정보 수집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실제로 구글은 대법원 판결 후 이용자가 낙태 관련 기관을 방문하면 위치 기록을 삭제하고, 가정폭력 보호소, 불임 센터, 중독 치료시설, 체중감량 시설 등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하는 다른 시설의 방문 기록도 삭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낙태권 판례 폐기 여파로 여성 사이에서 생리주기를 예측해주는 스마트폰 앱 사용마저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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