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 띄울때마다 1000만원 적자" 멸치잡이 어부의 눈물

입력 2022/07/05 17:32
수정 2022/07/06 13:01
어업용 기름값 2.5배나 '쑥'
이달 멸치조업 재개됐지만
폭염에 '어군'까지 형성안돼
어획량 20% 줄어 설상가상
조업 포기하는 어민들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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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남 통영시 욕지항에 멸치잡이 어선들이 조업을 마치고 항구에 정박해 있다. 최근 고유가와 업황 부진으로 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멸치권현망수협]

"출어할 때마다 1000만원 이상 적자가 납니다. 기름값은 날마다 오르고 고기는 안 잡히니 참 답답합니다."

5일 정오께 경남 통영 욕지항에는 파란 지붕을 얹은 멸치잡이 선박 수십 척이 일찌감치 조업을 포기한 채 줄지어 서 있었다. 평소 업황이 좋을 때는 새벽 4시 30분에 출항해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입항하지만, 이날은 남해 세존도까지 먼바다로 나갔지만 정오가 되기도 전에 조업을 접었다. 기름값 등 출어 비용에 비해 고기가 아예 잡히지 않아서다. 통영에서 3대째 멸치잡이 선단을 이끄는 선주 김대원 씨(67)는 "요즘 하루 조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선단(5~6척)당 기름값만 1000만원이 넘는다"며 "40~50명의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한 달에 15억원가량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멸치잡이 어선뿐만이 아니다. 고등어를 주로 잡는 대형 선망도 조업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 서구에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부두에는 휴어기가 끝나고 출어기가 시작됐지만 배들이 그대로 묶여 있다. 고등어를 주로 잡는 대형 선망 선단 18곳 가운데 2곳이 출어를 연기했다. 대형 선망 선단은 국내 고등어 어획량의 80% 이상을 잡지만, 치솟는 기름값에 조업을 포기하는 선박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남해안 어민이 고유가와 어획량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면세유 가격이 작년 대비 3배나 오르면서 출어 비용도 크게 증가했고, 지난겨울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어획량마저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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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어업용 면세유 공급가격은 200ℓ들이 한 드럼에 29만4210원이다.

이는 작년 이맘때 11만6790원보다 2.5배나 오른 가격이다. 권현망 1개 선단(5척)은 한 달 평균 500드럼을 사용한다. 작년에 비해 천정부지로 솟은 유가로 인해 유류비만 매월 1억원 이상 추가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면세유 연동 보조금을 통해 ℓ당 최대 112.5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어민들의 체감은 미미하다.


지난 4일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한 어선에서 불이 났는데 화재가 12시간 이상 지속된 것도 고유가와 관련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이 뛰어 입항할 때마다 기름을 가득 넣다 보니 이것이 불길을 키운 것이다.

극심한 가뭄과 이른 폭염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 지역 남해안 멸치잡이 어선들은 3개월간의 금어기가 종료되고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출어에 나섰지만 부진한 업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월 조업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이번 조업기에는 기대를 걸었으나 제대로 된 어군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경남 멸치업계는 국내산 마른멸치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시기에 잘 잡히던 장어와 잡어 생산이 현저히 줄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어획량이 감소했다.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남해안에는 해파리 떼가 출현해 어장을 망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고흥·보성·장흥·목포·완도 앞바다 등에 해파리 주의보가 발령됐다.

김흥호 멸치권현망수협 지도과장은 "유가가 아무리 상승해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드럼당 2만2500원으로 정해져 있다"며 "심각한 현실을 고려해 10t 미만 어선에 적용해온 유가 지원 대상을 근해 업종으로 확대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통영 = 최승균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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