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조 혈세 쏟아붓고 누적적자 7조…대우조선 파산론 커진다

입력 2022/07/21 17:44
수정 2022/07/21 23:07
産銀서 '파산 카드' 왜
반복되는 파업에 재무상태 악화
새 주인찾기도 어려워 '고민'
2만명 이상 실직은 정치적 부담

22일 밤 12시가 1차 데드라인
하청勞 2년간 4차례 점거농성
사측 "유야무야 넘기면 재발"
협상결렬시 공권력 투입 가능성
◆ 대우조선 하청파업 50일째 ◆

645133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50일째를 맞은 21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경찰들이 노조의 농성으로 생산 작업이 중단된 1도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원들의 불법 파업이 5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하청업체 노사 협상이 손해배상 문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마라톤 협상을 이어왔다. 임금 인상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았지만, 손해배상 문제에서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1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등에 따르면 하청업체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금융동에서 협상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노사는 전날 노조 측의 양보로 기존 30%에서 사측이 제시한 4.5%로 임금 인상폭을 낮춰 의견 접근을 이뤘다.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지만 손해배상 소송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645133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하청노조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저희가 임금 인상에 대해 회사 안을 100%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손배소 문제를 들고나오는 이유에 관해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이러한 태도로는 교섭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박 점거 농성으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이 입은 피해는 하루 약 32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누적 피해 금액은 약 7845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입장이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그냥 넘어갈 경우 법적으로 배임 혐의에 해당되는 데다 유야무야로 넘어가면 하청노조의 점거 농성이 재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이번 선박 점거 외에도 최근 2년 동안 4차례나 파업과 기습 점거 농성을 벌였다.


2020년 12월에는 한 하청업체 직원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조선소 내 크레인을 점거했고, 지난해 3월에는 도장 관련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1도크를 무단 점거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는 경영난으로 폐업한 하청업체 두 곳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옥포조선소에서 명명식을 방해하거나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김찬익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 부회장은 손배소 문제와 관련해 "회원사가 손배소에 대해 아주 완강하다"며 "노조 측과 차차 협의해 절충점을 찾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하청지회가 툭하면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시설물 무단 점거를 해왔다. 그때마다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으나 이번에는 사안이 다르다"며 "다음에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손배소 문제에 대해 무작정 양보할 것을 권유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청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올해 예산은 594억원으로, 하루 예산만 1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하루 300만원' 이행강제금 판결은 이들의 불법 파업을 멈추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노동계 파업은 패턴화돼 있는 경우가 많아 불법 파업의 대가를 체감하지 못하면 언제든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최소 금속노조 2~3년치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고 난 뒤에야 경각심을 조금은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22일 자정을 하청업체 노사 협상의 '1차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여름휴가가 23일부터 2주간 시작되기 때문이다. 휴가가 시작되면 하청지회는 파업 동력이 떨어지고 회사 측은 인력 공백과 손실이 더욱 커져 노사 교섭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한편 산은 등에선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놓고 '파산 카드'까지 거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과 하청을 합해 2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은 크지만 적자와 파업이 계속되고 새로운 주인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건조 물량이 늘어나면서 흑자 전환 기대감이 컸던 대우조선해양은 50일째 이어진 파업으로 재무 상태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 비율은 546.6%로 지난해 말(390.7%) 대비 155.9%포인트 높아졌다. 부채 비율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다. 시장에선 부채 비율이 400%를 초과하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로 해석한다. 국내 조선 3사 중 부채 비율이 500%를 넘은 곳은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4866억원, 영업손실 1조7547억원, 당기순손실 1조699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470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사이 대우조선해양에 누적된 순손실은 7조7446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부터 채권단 관리 체제로 운영되면서 공적자금 7조1000억원, 자본 확충(출자전환·유상증자) 4조7000억원 등 총 11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거제 = 최승균 기자 / 서울 = 김희래 기자 / 문광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