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 청소노동자 갈등 확산에도…정작 학교는 ‘묵묵부답’ [스물스물]

박나은 기자
입력 2022/07/23 08:01
수정 2022/07/23 08:30
캠퍼스 청소노동자들 투쟁 여름까지 이어져
임금 인상·처우 개선 요구
학생들, 소송VS연대로 나뉘어
결국 대학의 '간접 고용'구조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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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고려대학교에서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대학 캠퍼스 내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여름 투쟁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서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가 몇달 째 이어져오며 학생들까지 투쟁에 가세했지만, 정작 문제 해결 당사자인 대학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간접 고용' 구조로 인한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내 13개 대학 등 사업장은 지난 3월 말부터 학내 집회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연세대와 고려대에 이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카이스트 서울캠퍼스분회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급 770원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6일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며 학교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진행했고, 연세대학교 노동자들은 청소노동자 400원, 경비노동자 440원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4월부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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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집회에서 생활임금 지급 및 휴게실 개선과 샤워실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짐에 따라 학내 구성원들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연세대 재학생 이동수(23)씨 등 재학생 3명은 지난 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집행부를 상대로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 등을 명목으로 약 64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에는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업무 방해 혐의로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을 형사 고소한 바 있다. 일부 학생들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소송에 반대하며 청소노동자 측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지지도 이어졌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들은 지난 6일에 재학생 3천여 명의 연대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연세대학교 출신 변호사들이 무료 소송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현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이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 형태로 용역 업체를 통해 하청을 맡기는 고용 형태 때문이다. 대학은 용역 업체를 통해 학내 미화·경비 노동자들을 고용하는데, 용역 업체는 원청인 학교와 1~2년 단위로 재계약을 반복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의 경우 '하청의 하청' 구조로 2차 하청업체 소속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학들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 임금 인상은 하청 업체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용역 업체는 원청인 대학의 의지 부족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몇년 째 실질적으로 동결됐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용역 업체에 하청을 주는 간접 고용 구조가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며 "원청인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그럴 의사가 부족하고,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이 대학을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는 형태라 더욱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각 대학 용역업체들과 임금 교섭을 벌여왔지만, 용역업체의 거부로 협상 타결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올해 3월 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사용자인 16개 업체에 미화·주차직 400원, 경비직 420원의 시급 인상을 권고했지만 용역 업체는 원청인 대학의 권한이라며 임금 인상을 거부해 오고 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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