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카드 리볼빙 잔액만 2조…빚에 허리휘는 4050 가장들

박나은 기자
입력 2022/07/31 17:43
수정 2022/07/31 21:35
고금리·고물가로 생활고
카드 리볼빙 5년새 1조 늘고
2금융권 대출도 35조 급증
'부채의 질' 갈수록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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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김 모씨(49)는 최근 빡빡해진 주머니 사정 탓에 신용카드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서비스를 신청했다.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나오는 카드값을 감당할 수 없어 최소 10% 결제만 해도 카드 사용이 가능한 리볼빙 서비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당장 연체는 막았지만, 앞으로 매달 연 15%에 달하는 리볼빙 이자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50대 최 모씨(52)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보면서 작년 초 '영끌'로 집을 구매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최근 대출 금리가 1.5%포인트 급등하면서 월 이자가 45만원 늘었다. 이자 부담에 허덕이게 된 최씨는 주거래 은행을 찾았지만, 대출 한도를 다 썼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2금융권에서 상담을 받았다.


최씨는 "월급은 똑같은데, 추가 금리 인상 얘기까지 나오니 남은 대출을 어떻게 상환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50대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 40·5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경제활동이 상대적으로 왕성해 대출 상환 여력이 높다고 여겨지지만 최근 카드 리볼빙 잔액이 증가하고, 2금융권 대출액과 다중채무자가 늘어나는 등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 중 일부분만 미리 결제한 뒤 나머지 금액을 이월해 추후에 갚는 결제 방식이다. 일시불로 결제한 뒤 납부 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카드값을 한 번에 결제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이 연체를 막는 용도로 이용한다. 하지만 이월된 금액이 대출 형태로 전환돼 법정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금리가 적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31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0·50대 카드 리볼빙 이월잔액은 2018년 2조9350억원, 2021년 3조542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3조8480억원을 돌파하며 5년 새 1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40대의 리볼빙액은 2018년 1조8841억원에서 지난 6월 말 2조4569억원을 돌파하며 전체 연령대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넘겼다.

40·50대의 카드 대금 상환 여력이 줄어든 것은 가계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2금융권에 손을 뻗는 등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이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0·50대의 2금융권 대출액은 2018년 387조7552억원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된 작년 말에는 421조8435억원, 올해 3월 말에는 422조2251억원을 돌파하는 등 급증세를 나타냈다. 그 결과 2020년에 전체 40·50대 대출 차주 958만6868명 중 26%(248만8458명)를 차지하던 다중채무자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960만5397명 중 256만1909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차주 10명 중 3명(26.7%)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40·50대는 생산성이 높고 경제력도 있어 부채가 늘어난다고 해도 상환 여력이 있다고 통상 판단되지만, 가계 경제를 책임지는 이들의 경제력 악화는 곧 가정의 문제로 이어진다"며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이들의 부채 규모뿐 아니라 부채의 질 자체가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취약계층의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교수는 "결국 중요한 건 채무자들이 부채를 갚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퇴직을 앞두고 있는 40·50대의 생산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노동 구조 전체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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