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경CEO 특강] 김성준 렌딧 대표 / 한양대서 강연

입력 2022/08/08 17:01
수정 2022/08/08 18:03
"역지사지 자세가 '혁신적 창업'의 핵심"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제대로 된 해결책 찾을 수있어

자리 앉아서 생각만 하지 말고
꾸준히 아이디어 실험 나서야
69785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과학도에서 디자이너, 테크핀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기까지 '디자인 싱킹'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최근 한양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매경 CEO특강에서 '디자인 싱킹'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줬다. 김 대표는 "과학도와 디자이너, 창업가라는 이력이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이것이 오늘 강연의 핵심"이라며 대학 시절부터 세 번의 창업에 이르기까지 10여 년의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김 대표는 '연쇄 창업가'다. 한국과 미국에서 한 번씩 창업을 경험한 뒤 7년 전 다시 한국에서 온라인 투자연계금융사 렌딧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렌딧은 돈이 필요한 대출자와 투자자를 100% 비대면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대출자에게는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개인, 기업, 금융사에는 초과 수익률을 올릴 선택지를 준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면서 온투업 1호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플랫폼을 거쳐간 대출금액만 2700억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그가 꼽은 디자인 싱킹의 키워드는 '공감'과 '배려'다. 디자인 싱킹은 단순히 외형을 예술적이고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불편과 필요에 주목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솔루션을 찾아내는 모든 과정이다. 세심한 눈으로 대상을 오래 들여다보는 관찰이 필수이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이 선행돼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온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카이스트 졸업 작품으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침대나 의자로 혼자 이동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파고들어 새로운 휠체어 디자인을 고안하기도 했다. 섬세한 부분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디자인은 글로벌 어워드에서 많은 상을 휩쓸었다.

이날 강연의 핵심 메시지는 디자인 싱킹과 스타트업 방법론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드롭박스 창업을 사례로 들었다. 드롭박스는 마치 서비스를 완성한 것처럼 보이는 3분짜리 페이크 데모 영상을 만들었다. 이런 서비스를 쓰고 싶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해서 7만5000명을 확보했다. 이 명단으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받았고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렌딧 창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김 대표 본인이 경험한 일이어서 시장이나 소비자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도 없었다. 2014년 한국에 돌아와 돈을 빌리려던 김 대표는 최고금리 22%짜리 대출상품에 좌절했다. 마침 미국에서 온투업 기업 '렌딩클럽'이 상장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 회사에 조회해보니 외국인에게도 3만달러를 7.8%로 빌려준다는 결과에 충격을 받아 렌딧을 창업했다. 직접 겪은 고통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김 대표는 "저희가 1조원을 대출해준다면 15만명이 700억원 이상의 이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여전히 대출시장의 0.35%에 불과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디자인 싱킹처럼 관찰과 고안한 해결책을 실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리에 앉아서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브레인 스토밍에 시간을 쓰는 일이다. 김 대표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끊임없이 관찰하고 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본인이 관심 있고 정말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어디나 있고, 창업자 자신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 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한다든지, 정리를 한다든지 꾸준히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만든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팁도 줬다.

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많은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했고, 앞으로도 학생들의 도움 요청을 언제든 환영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의 인생을 바꾼 것도 대학 1학년이던 2003년 카이스트에서 들었던 대니얼 킴의 특별강연이었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디자인 싱킹 그룹 아이디오(IDEO)의 일하는 방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산업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꿨다"며 "저 역시 이 분야 대가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많은 가르침을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도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