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울증 환자는 실손의료보험 가입 불가?…인권위 "차별"

박홍주 기자
입력 2022/08/10 13:47
수정 2022/08/10 13:50
보험사 "우울증 치료 후 1~5년 지나야 심사"
인권위 "질환의 경중, 건강상태 등 따져봐야"
"환자들이 치료 회피하는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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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사진 = 연합뉴스]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인권위는 우울증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들의 행위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보험사의 대표이사들에게 "보험인수 기준을 보완하고 진정인을 재심사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두 곳의 보험사와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던 중, 몇 달 전부터 가벼운 우울감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보험 가입이 거부됐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실손의료보험은 상해 및 질병으로 병원에 입·통원하며 치료 또는 처방조제를 받은 경우, 본인이 부담한 의료비용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보상받는 보험 상품이다.

이에 대해 해당 보험사들은 인권위에 "정신 및 행동장애의 평균 입원일수가 다른 질환에 비해 높고, 우울증 환자의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증가하고 있는 점, 우울증 환자의 주요 질병 발생률 및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통계 등을 고려해 정신질환의 위험도를 당뇨, 고혈압 등 다른 산재질환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가입 희망자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연령, 재발성, 입원력, 치료 기간 및 종결 후 경과 기간 등에 따라 인수 기준을 달리하고 있다"면서도 "실손의료보험은 우울증 치료 종결 후 최소 1~5년이 지나야만 심사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2018년부터 당뇨, 고혈압 질환 등 만성질환 보유자들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유독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만 가입을 제한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보험사들이 제시한 우울증 환자들의 위험 수준 관련 통계에 대해 △개인의 증상이나 질환의 경중, 건강상태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점 △대체로 2000년대 초반 통계라 최근의 의학 발전 및 치료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 △요양급여비용 증가세는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보험 인수 거절이 정신질환자들로 하여금 치료를 회피하도록 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신과 치료를 적극 받으며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은 가입이 제한되고,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람은 보험 가입이 가능한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신과 약물 복용이나 치료 및 상담만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제한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정신질환 치료로 인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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