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1년만에 지하배수터널 다시 꺼낸 오세훈…수해 대책 될까

입력 2022/08/10 16:40
우면산 산사태 때 해법으로 제시…박원순 때 무산된 6곳에 설치 추진
빚내서라도 재원 조달…"터널 효과 높이려면 물길부터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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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신림동 수해 현장 점검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형 수해를 막을 해법으로 11년 만에 대규모 지하배수터널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상기후에 따른 역대급 폭우에 대응할 근본 대책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나오지만 박원순 전 시장 때 비용과 실효성 등을 이유로 무산된 적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강남역·도림천 등 6곳에 설치…오세훈 "근본적 치수책"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이 이날 집중호우 대책을 발표하며 11년 전 중단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대용량의 물을 모아 흘려보낼 수 있는 일종의 방재용 지하 터널이다.




정확히 11년 전 오 시장은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며 하수도 관거 용량 확대와 더불어 지하 30∼40m에 지름 5∼7.5m 크기의 방재용 대심도 터널 7곳을 설치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터널 설치 지역은 강남역, 도림천(신림동∼구로디지털단지), 광화문(종로구 통인동∼중구 삼각동),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천호동∼암사동, 용산구 한강로, 양천구 신월동이었다.

그러나 이후 오 시장이 물러나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신월동을 제외한 6곳의 대심도 터널 사업이 무산됐다. 투입 비용 대비 침수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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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도로침하현장 점검하는 이기재 양천구청장

박 시장 재임 기간 서울시는 하수관거 개선 등 통수 능력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수방 대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수해를 계기로 대심도 터널이 근본적인 치수책이라는 의견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간당 100㎜를 훌쩍 넘는 폭우에 대비하려면 수십만t에 달하는 대량의 빗물을 모아 흘려보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들도 전날 도림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시가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 수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을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 역시 이번에 대심도 터널이 있는 신월동에 폭우 피해가 없던 점을 들며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유효성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 10년간 1조5천억 투입 '재정 부담'…"물길 터줘야 효과"

대심도 터널은 지하에 대규모 터널을 만드는 방식인 만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서울시는 향후 10년간 1조5천억원을 집중 투입해 순차적으로 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재원은 기본 예산 외에 지방채 발행과 국비 지원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서울시 채무가 1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 지방채 발행은 서울시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10여년 전에도 8천500억원에 달하는 재원 부담이 사업 무산의 주요 이유가 됐다.

대심도 터널만으로는 대규모 수해를 막기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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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빗물저류 배수시설 개념도

강남역의 경우 올해 6월 지하 배수시설인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이 개통됐지만 빗물받이가 도로 면적에 비해 부족한 데다 인근 하수관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아 방재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강남역 현장을 가서 보면 도로에는 물이 20㎝ 차 있는데 밑에 관로는 물이 절반도 차 있지 않았다"며 "하수관로로 이어지는 물구멍(빗물받이)이 부족해 물을 하수관으로 제대로 쏟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선도로가 잘 안 돼 있으면 큰 도로로 갈 수 없다. 물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면 배수터널도 소용이 없다"며 "물이 배수터널까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도로 배수시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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