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닭 400마리 사라졌는데 달랑 200만원"…상인들, 망연자실

박나은 기자문가영 기자
입력 2022/08/11 17:44
수정 2022/08/12 10:07
침수 피해 컸던 강남 영동시장·관악 삼성동시장 가보니

40년 식자재 가게 운영 상인
"젓가락 하나 못건지고 날려"

배수 민원 넣었다는 식당주인
"해결 안하더니 이런 사태 나"
추석 코앞인데 장사 꿈도 못꿔

서울시는 최대 200만원 보상
◆ 수도권 폭우 피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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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수도권에서 소강 상태를 보인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전통시장 상인들이 지난 이틀간 내린 기습 폭우로 침수된 점포 내 가재도구를 모두 꺼내 치우고 있다. [이승환 기자]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전통시장.

모처럼 비가 잦아든 틈을 타 상점마다 빗물에 휩쓸려 나온 각종 자재를 정리하고 망가진 내부를 복구하고 있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편의점과 약국에서는 매장 입구에 폐기물을 제품별로 분류한 박스를 트럭에 싣고 있었고, 신발가게에서는 물에 젖은 신발을 하나하나 닦으며 헐값에 판매하고 있었다. 한 고깃집은 내부가 붕괴돼 이전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폐허로 변해 있었다. 시장 골목 곳곳에는 어디선가 떠내려온 각종 자재, 패널, 냉동고, 테이블, 의자, 생필품과 쓰레기가 가득했고 누군가 두고 간 외제차도 아직 그대로 있었다.


영동전통시장 인근 편의점 사장 김 모씨(57)는 "침수 소식에 새벽 4시에 달려와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은 채로 3일째 매장을 복구 중이지만 완전히 영업을 재개하려면 열흘 이상 걸릴 것 같다"며 "냉장고·냉동고가 모두 망가졌고 영업을 못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피해액을 합치면 2000만원이 넘어 걱정이 산더미"라고 토로했다.

지난 8일 서울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 지역에 위치한 일부 전통시장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해 있던 전통시장이 물폭탄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동작구와 강남구는 각각 시간당 140㎜, 100㎜의 집중호우가 내렸는데, 시간당 140㎜는 서울 기상 관측 사상 역대 최대다. 영동전통시장에서 40년 넘게 식자재 가게를 운영 중인 조 모씨(62)는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에 가게 물건이 다 휩쓸려가고 젖어서 젓가락 하나를 못 건지고 다 날렸다"며 "가게가 초토화돼 치울 엄두도 못 내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치우려고 장화도 샀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이번 폭우로 피해를 본 관악구 삼성동시장의 상인들 또한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곳에서 21년째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황 모씨(67)는 "수조 밑 냉각기가 하나당 60만~100만원 하는데 빗물이 종아리까지 차올라 기계에 물이 들어갔다"며 "말려야 수리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제대로 마르지도 않아 언제쯤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인들은 침수 피해가 발생한 이상 피해 복구를 위한 보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동전통시장에서 16년째 닭 도매업을 하고 있는 지 모씨(58)는 보관 중이던 닭과 오리 등 400마리를 폐기하며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지씨는 "갑자기 빗물이 가게 안으로 밀어닥치면서 냉동고까지 물이 스며들어 닭을 다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줄어 진 빚에 더해 대출을 더 받아야 될 것 같아 정말 막막한데, 피해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곰탕집을 개업한 윤 모씨(56)도 "보험을 들었지만 폭우 피해로 인한 특약은 없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비가 오기 전부터 가게 입구에 물이 고여서 서울시에 치수 민원을 넣었는데, 해결이 안 되다 사달이 나 답답하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피해 보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래 재난 상황에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점포마다 최대 200만원 한도에서 재산 피해액을 보상하도록 돼 있어 이번에도 같은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폭우 피해를 복구하더라도 인근 도로가 망가진 상태라 손님들이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동시장 뒷골목에 위치한 도로는 빗물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경사로에 있는 도로가 파이고 싱크홀까지 발생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오토바이와 시민들은 여전히 이곳을 통행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 안 모씨(54)는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와 맞붙어 있는 주택 아스팔트가 다 들려 있어 거주민들이 매우 불안해하는데 임시로 도로를 때워두고 공사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관악구청 관계자는 "하수관로가 터지면서 도로가 들려 올라온 부분이 있는데, 시간을 들여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우선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임시 복구만 해둔 상황"이라며 "현재 지역 내에 도로가 파손된 부분이 많아 상태가 심각한 곳부터 순차적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나은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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