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맨홀이 사람 잡는다"…서울에 이렇게 많은데, 관리는?

입력 2022/08/11 17:52
수정 2022/08/12 07:28
잠금장치도 폭우 땐 무용지물
40㎏ 맨홀 1분도 안돼 펑 터져
구멍에 빠진 남성 숨진채 발견

도로 곳곳 포트홀 1019건 발생
1m 구멍에 출근길 버스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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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시장 뒷골목에 지난 이틀간의 폭우로 생긴 싱크홀 옆으로 주민들이 조심히 지나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서울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밤. 40대 한 남성은 50대 친누나와 함께 폭우로 잠긴 서울 서초동 도로를 걷다가 미처 맨홀을 발견하지 못하고 누나와 함께 맨홀 속으로 빠졌다. 기습 폭우로 하수관 수압이 차오르면서 맨홀 덮개가 튀어 올랐고, 물과 함께 맨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 직선 거리로 약 1.5㎞ 거리에 있는 맨홀에서 지난 10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된 누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폭우 상황 시 맨홀로 인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맨홀 부근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며, 상습 침수 지역의 맨홀 위치를 조정하거나 아예 폐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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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내 상하수도 등이 지나가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로 집계됐다.


이 중 하수도 맨홀은 25만5987개, 상수도 맨홀은 20만4380개 등으로 대부분 상하수도용이다. 평소 맨홀의 유지 관리는 맨홀 설치기관 26곳이 담당하고 있다. 상수도는 수도사업소, 하수도는 자치구, 전기·통신·가스 등은 한국전력과 통신사 등 각 기관이 관리하는 식이다.

철제 맨홀 뚜껑은 폭우에 인명 피해를 일으키며 문제가 됐다. 철제 뚜껑 무게는 보통 40㎏에서 최대 16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수압에 의해 배수관 물이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을 뚫고 물기둥이 치솟거나, 뚜껑이 날아가는 등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강남역 하수도관을 본떠 모의실험한 결과 시간당 50㎜의 폭우가 지속되자 1분도 채 안 돼 40㎏짜리 맨홀 뚜껑이 튀어나왔다.

전문가들은 폭우가 내릴 때 가능한 한 맨홀 주위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뚜껑이 들리면서 움직이기 전에는 맨홀 주위로 물이 새어 나온다"며 "물길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이를 보고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홀 숫자를 전면적으로 줄이기는 어렵지만 일부 위치를 조정하거나 폐쇄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맨홀 수가 줄어들어 맨홀 구간이 길어지면 부유물 등에 대한 관리가 힘들고 배수가 안 돼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상습 침수 지역에 있는 일부 맨홀 위치를 조정하거나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길목에 있는 맨홀을 폐쇄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폭우에 맨홀뿐만 아니라 도로 여기저기에 구덩이가 생기는 '포트홀(도로 파임)'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지름 1m가량의 포트홀에 통근버스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체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면서 출근 중이던 승객들도 다칠 뻔한 상황이 연출됐다.

폭우로 도로와 인도 곳곳에 만들어진 포트홀은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도로 포트홀은 1019건, 지반 침하는 12건 발생했다. 지하차도와 터널, 교량에서도 포장 파손이 각각 9건, 3건, 32건 신고됐다. 강남역 4번 출구 앞 횡단보도에 생겼던 가로·세로 1m, 깊이 20㎝ 크기의 포트홀은 복구를 마쳤으며, 양천구 신월동 주택가에서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1.5m의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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