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0만원 아니라 30만원"…벌금청구서 뒤늦게 바뀌었다는데 [이번주 이판결]

입력 2022/08/13 07:14
수정 2022/08/13 12:09
법정형 30만원인데 50만원 선고 사건 '비상상고'로 구제
정식재판 거치지 않는 약식사건에서 주로 발생
법조계 "변호사 선임하지 않고 검찰에 요청하면 돼"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법원과 검찰도 동시에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법령을 위반한 부당한 형사 처벌을 받아도 방법이 없을까.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걸 대비해 마련한 '비상상고' 제도를 통해 정정할 수 있다.

최근 올림픽대로에서 기중기를 운전한 A씨가 검찰과 법원 실수로 법정형을 넘어서는 벌금을 냈는데,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로 바로 잡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 비상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만원으로 정정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7월 자동차 전용도로인 올림픽대로에서 기중기를 운전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법원도 벌금 50만원을 그대로 선고했고, A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이대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이외 차량을 운전할 경우 '3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법정형 상한선보다 높은 벌금을 내게 된 셈이다.

실수를 뒤늦게 발견한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비상상고는 형사판결이 확정된 후 법원 판결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만' 신청할 수 있는 구제절차다.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대법원 단심으로 판결이 재확정된다.

비상상고는 말 그대로 '비상'인 사건이지만 해마다 몇 건씩 꾸준히 발생한다. 지난 4월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비상상고한 사례도 있다. 2019년 8월 택시요금을 160원 더 냈다고 대구의 한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던 B씨는 관공서 주취소란과 노상방뇨로 약식기소됐다. 법원도 약식기소를 받아들여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관공서 주취소란과 노상방뇨는 각각 벌금 60만원 이하와 벌금 1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벌금 70만원을 넘길 수 없다.

대검은 뒤늦게 B씨에 대한 판결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김 전 총장은 지난해 9월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이를 받아들여 B씨 비상상고심에서 벌금 90만원 약식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70만원으로 다시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상상고 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다른 업무를 하는 다른 검사가 발견을 하거나 당사자가 검찰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식 재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약식사건에서 실수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재판이 끝났더라도 당사자 역시 법령 위반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당사자가 잘못된 판결인 것을 발견할 경우 대처방법은 간단하다. 검찰 측에 요청하면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액벌금 때문에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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