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우 속 배달 위험한데…"2만원 냈다" vs "시키지 말아야"

이상현 기자
입력 2022/08/15 13:20
수정 2022/08/15 16:12
지난주 초 서울 등 수도권을 강타한 호우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광복절인 15일께 또다시 강한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 가운데 집중 호우 속 논란이 됐던 음식 배달 주문이 또다시 재현될지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도심 곳곳에서 인명피해 속출…위험 노출된 라이더들


서울과 경기 남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배달 상황'을 담은 게시물이 다수 게재됐다. 누리꾼들은 빗물에 도심 곳곳이 침수됐음에도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장면을 포착해 공유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깊게는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뚫고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모습이 담겼다.


도보로 이동하던 시민이 폭우 속 맨홀에 빠져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있었지만, 라이더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달에 열중했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 8일 배달 가능 지역을 평소보다 축소하는 '거리 제한'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 라이더들에게도 안전에 특히 유의하라는 공지를 보냈고, 요기요 역시 서울 강남·서초·관악·동작·영등포·구로구 등 지역에 대해 배달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배달 주문이 가능했고, 개중에는 폭우 피해가 상당했던 곳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배달비가 2만5000원까지 상승하는 일도 벌어졌다.

배달비는 통상적으로 3000~4000원에 책정된다. 폭우·폭설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거나, 새벽 시간대 등 라이더 수가 적을 때는 1만원을 넘어서기도 하는데 2만원대 중반을 기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 "라이더 안전 생각해야" vs "그 사람 돈 벌러 나왔다"


소비자들은 배달비가 높게 책정된 데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정도의 기상 상황이었던 만큼 일각에서는 2만5000원이 적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량은 물론, 도보 이동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여건 속에서 이뤄진 주문이라는 것이다.


배달비보다는 배달이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가 더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심이 마비될 정도로 비가 심하게 오는 상황에서 배달을 시키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과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하니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30대 소비자는 "평소 배달앱을 자주 사용한다"면서도 "소비자는 손에 쥐어진 음식만 생각하지만, 그 음식이 집 앞까지 배달될 때는 한 사람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며 "도의적으로,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40대 소비자는 "가게도 수익을 내려 음식을 판매한 것이고, 라이더도 배달을 하고 돈을 벌러 나온 것"이라며 "평소보다 6~8배에 달하는 비용을 낸다면 민폐가 아니라 정당한 소비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이들처럼 어쩔 수 없이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며 "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배달비가 비싸다고 온전히 지급하지 않거나 배송이 오래 걸린다고 항의하는 것은 민폐"라고 덧붙였다.

◆ 라이더 배정 안 돼 주문 불발되기도…업계도 의견 분분


719307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배달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거리 인근에서 배달 중 잠시 정차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관련 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수익을 위해 배달 주문을 받는 것이고, 정말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주문을 취소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반면 주문이 들어와 음식을 조리했는데 배차가 이뤄지지 않아 음식을 버려야 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50대 자영업자는 "매장은 여력이 됐는데 라이더 배정이 어려웠다더라. 그러면 앱 차원에서 서비스를 중단했어야 옳은 것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날씨 등에 따라 배달 가능 범위와 지역을 제한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면서도 "긴급한 상황에서는 현장 목소리가 채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