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0년 폭우' 끄떡없는 대심도터널 꼭 필요

입력 2022/08/17 17:49
수정 2022/08/17 19:38
수해방지 전문가 긴급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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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80년 만에 기록적인 호우가 쏟아졌다. 열흘간이나 이어진 '2차 장마'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20여 명에 이르고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재해 수준의 폭우가 내리는 빈도는 점점 잦아지고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으로 도심이 순식간에 침수되는 등 기존 수해 방지 시설은 한계를 드러냈다. 침수된 반지하에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고 수압으로 인해 뚜껑이 열린 맨홀에 사람이 빠져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매일경제는 수해 방지 정책 전문가에게 수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물었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기록적인 호우가 내리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치수 시설을 일제히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수해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박선규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장 기본은 사회기반시설(SOC)이 큰 규모의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현재 '30년 빈도 95㎜'인 시간당 빗물 처리 용량 기준을 최소 '50년 빈도 100㎜', 강남의 경우 '100년 빈도 110㎜'를 견딜 수 있도록 관리 목표를 상향한다고 밝혔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 시간과 돈이 들더라도 모든 재난 방지 시설을 최소 100년 빈도의 이벤트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 이상 '100년 빈도 재난'이 100년 만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를 100년 만의 폭우로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 2011년에도 서울에 비슷한 규모의 비가 내렸다. 우면산은 산사태까지 발생했는데, 그때 이후로 서울시가 방재 시설을 얼마나 갖췄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수해에 대한 대비를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장기적인 대책은 결국 기록적인 호우에 대비해 하수관, 유역 분리 터널, 대심도 터널 등 저류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산과 시간이 더 들어도 이런 부분들을 장기적인 대책으로 보고 지금부터 바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수해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박선규 교수=가장 큰 문제는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권이 바뀌어서, 예산이 부족해서 등의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당초 계획했던 대심도 터널들이 시장이 바뀌면서 대부분 무산됐다. 나라 전체 예산은 매년 늘고 있지만 SOC 예산은 2015년 25조원에서 2018년 19조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2019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다.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SOC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SOC에 한해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들 의견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하는 절차와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도시홍수연구소장=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처럼 큰 피해가 발생하면 대책을 마련한다고 떠들썩하지만 몇 년만 비가 안 오면 금방 세금을 낭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 또 정책 순위가 뒤로 밀린다. 인프라 투자는 100년, 200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한다. 내 생에 한 번도 못 보더라도 내 후손들이 입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2011년에도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이후 서울시가 34개 침수취약지구 중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강남역 등에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을 만들려고 계획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무산됐다.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비도 감당할 수 있도록 대심도 터널 건설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장=사실 상습 침수 지역에는 대심도 터널을 짓는 게 필수적인 상황이니까 당연히 지어야 하는데 그걸로 끝이 아니다. 펌프장 건설, 하수관 정비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대심도 터널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대심도 터널이 효과적으로 쓰이려면 도로에서부터 대심도 터널까지 물이 흐르도록 수로를 잘 정비해야 한다.


―맨홀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나.

▷공하성 교수=서울 한복판인 서초구에서 남매가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 사망한 일은 충격적이다. 학계에서는 이전부터 맨홀과 맨홀 뚜껑 설계를 연구해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다공성 맨홀 뚜껑이다. 다공성 뚜껑을 설치하면 강수량이 많아 수압이 높아져도 맨홀 위로 물이 샐지언정 뚜껑이 유실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맨홀 뚜껑 한쪽이 고리로 바닥에 고정돼 있는 형태다. 뚜껑이 고리에 걸려 있는 만큼 유실을 방지할 수 있다. 수압이 낮아지면 다시 뚜껑이 닫힐 수 있는 설계도 이미 나와 있다. 유럽 선진국들은 맨홀 뚜껑 설계에 특별한 방법을 적용하지 않지만 저류 시설 설비가 잘돼 있기 때문에 침수 피해가 적다. 이른 시일 내에 저류 시설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면, 당장 맨홀 뚜껑 교체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작대교 펌프장 건설, 반포·사당천 수위 낮춰…강남 잦은 침수 줄여야

"대심도 터널 공사비용보다
침수 때 재산피해 더 막심"

―강남 지역에서 매년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조원철 센터장=강남 지역은 새로 펌프장을 설치해 빗물이 넘쳐흐르는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양천구 목동의 경우 지대가 평평한 편이라 물이 천천히 흐르는 반면, 강남은 사방에서 물이 들어오는 구조인 데다 그 경사가 급해 침수가 빠르게 이뤄진다. 현재 반포종합운동장 옆에 빗물펌프장이 있어 한강으로 물을 보내고 있지만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 다시 반포천으로 넘쳐흐르는 문제가 있다. 동작역 인근 동작대교 남단에 펌프장을 만들어 한강으로 물을 퍼내도록 하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펌프장을 새로 지으면 집중호우 시 반포천과 사당천 수위를 낮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새로 건설하는 대심도 터널을 용량 대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펌프장 건설이 꼭 필요하다.

▷문영일 연구소장=대심도 터널이라는 게 배수구를 통해 하수구로 흐르던 빗물이 한꺼번에 빠질 수 있도록 지하에 터널을 만들어서 한강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강남역 같은 곳은 그 방법이 아니면 할 수 있는 방안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워낙 도시화되고 번화가라 배수관로를 다 뜯어서 확장하는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심도 터널 공사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양천구 신월동에 대심도 터널을 지을 때 1400억원이 좀 안 들었다. 이번에 강남 지역에서 발생한 재산 피해는 그 이상이다. 대심도 터널을 지었으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월동에 새로 지은 대심도 터널은 빗물을 100㎜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왕 어려운 공사를 진행하는 만큼 비용이 더 들어도 수용 용량을 더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도쿄에만 200㎜ 빗물을 수용할 수 있는 대심도 터널이 있다.

[정리 = 문가영 기자 / 박제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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