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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보면 국력ㆍ산업 지도가 보인다

입력 2009/07/31 14:54
中, 日 꺾고 美 이어 2위…한국 대표산업 환란후 금융 →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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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덩치를 재는 시가총액 면에서 중국이 최근 일본을 제치고 당당히 세계 2위 자리를 꿰찼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A주(내국인 거래용) 시가총액은 총 3조4553억달러로 일본(3조4175억달러)을 뛰어넘었다. 미국 시가총액은 11조6975억달러로 황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면에선 중국이 미국, 일본에 이어 여전히 세계 3위지만 자본시장에선 벌써 미국과 함께 'G2' 체제를 굳히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의 경제 순위는 일본에 못 미치지만 미래 성장성까지 반영한 주가나 시가총액면에선 벌써 일본을 추월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주식시장 시가총액만 보면 한 나라의 경제와 산업ㆍ기업 지형도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주가는 많은 투자자들이 내린 기업과 국가에 대한 '종합성적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 증시 보면 산업 변화 보여

=1990년까지만 해도 정부 주도로 투자가 이뤄졌던 KT나 포스코, 금융사가 사실상 국내 경제의 얼굴이었다.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1990년 말 시가총액 상위 10사 중 3위부터 8위까지 차지했던 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10년 전 한국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던 셈이다.

금융사가 멈춰 있는 사이에 제조업체들은 생존 경쟁력을 높여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나서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특정 업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출현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종목들의 7개 업종이 골고루 분산돼 있다.


1990년(금융)과 2000년(IT) 특정 산업에 쏠림이 심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시가총액 상위주로 부상한 대형주들이 글로벌 치킨게임(제한된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이 금융위기 이후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19년 동안 코스피가 118% 상승하는 동안 무려 7687%나 시가총액이 늘었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으며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10월과 비교하면 현재 시장지수는 25%가량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오히려 20조원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정반대 사례도 있다. 2000년 삼성전자와 비슷한 규모를 자랑하던 SK텔레콤(22조5556억원)과 한국통신공사(현 KTㆍ20조9174억원) 등 통신주들은 현재는 오히려 시가총액이 각각 34%, 51% 감소했다. 특히 KT는 KTF와 합병이 이뤄진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 축소는 더 크다.

◆ '거품 아니면 깡통' 맹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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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가총액만으로 산업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시가총액은 주가에 주식 수를 곱해서 계산한다. 대량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많은 기업은 유통 주식이 많지 않아 주가가 쉽게 요동치는 경향이 있다.

시가총액은 소규모 주식 거래로 이뤄진 시세에 거래가 되지 않은 주식을 포함한 전체 주식을 계산하는 만큼 기업 가치가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운용사들의 규모가 급격히 성장한 2007년 이후 본격화됐다.

일례로 신세계의 경우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대주주와 운용사 등이 전체 주식의 48.56%(1분기 보고서 기준)를 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6월 말 기준으로 기관투자가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해 297개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코스피 산출 등에서는 실제 유통주식의 시가총액만을 반영하는 방식을 택할 정도다.

특정 시기에는 과열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시가총액을 볼 때 주의할 대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IT 버블이다. 당시 3000선을 넘보던 코스닥지수가 상장기업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상투에서 몇 년이 흘렀지만 코스닥지수는 아직도 500선을 맴돌고 있다.

[정욱 기자 /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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