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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식당손님 크게 줄어 임차료도 못내는데…종업원부터 잘라야죠"

신헌철 , 김성훈 , 최승진 , 전정홍 , 우제윤 , 김윤진 , 황순민 , 이희수 기자
입력 2016.07.20 17:39   수정 2016.07.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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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카오스 ③ / 불안감에 떨고 있는 종로·여의도 식당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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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된 한정식집도 못 버티고…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60년 만에 문을 닫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 지난 15일 관계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이승환 기자]
"외환위기 때는 경기는 안 좋았어도 음식값을 규제하진 않았지요. 영업이 안 되면 우선적으로 직원 수부터 줄일 수밖에 없어요."(백 모씨·서울 여의도 중식당) "김영란법이 시작되면 저녁 장사는 끝난 거죠. 우리에게는 밥 먹고 살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는 거예요."(이 모씨·서울 종로 한정식집)

서울 종로나 여의도 일대의 식당가는 김영란법이 몰고 올 태풍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못 하며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업종을 미리 변경하면서 발 빠르게 김영란법에 대응하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음식점 운영자들은 하나같이 격앙된 심경을 토로했다.

서울 인사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인사동 한정식집 다수가 매물로 나와 있는데, 60년 이상 된 한정식집 유정도 김영란법으로 문을 닫았다"며 "지금도 음식점들이 힘든 상황에서 김영란법이라는 새로운 규제까지 생기면서 시장 자체가 침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G일식집 주방장 유 모씨는 "밥값이 얼마까지는 되고 얼마부터는 안 된다는 게 무슨 자본주의냐"며 "정치인들이 일반 국민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의 음식점주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는 20~30%, 많게는 70%대의 매출 하락을 예상했다. 서울 가회동에서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단순히 음식 가격을 내려서는 임차료 등을 고려할 때 생존하기 어렵다"며 "매출 유지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매출 하락이 현실화되면 직원 수부터 줄이겠다는 곳이 많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칫 가뜩이나 취약한 음식업계 일자리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시행 후보완'을 주장하는 측에선 "부패 방지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당 주인은 "김영란법으로 매출이 줄어들면 당연히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김영란법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H중식당 대표는 "종업원이 30명인데 영업이 안 되면 가장 먼저 감원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매출이 줄어들면 손이 노니까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다수 음식점들은 김영란법상 가격 상한선인 '3만원'에 단가를 맞추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일식집은 코스 요리가 대부분인데 재료를 질 낮은 걸 써서 단가를 맞춰야 할 것 같다"며 "3만원은 너무 낮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한 복집 사장은 "한 달에 월세만 600만원인데 단가를 낮추면 임차료도 내지 못한다"며 "가게도 이미 내놓았는데 매물이 나가지를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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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일찌감치 업종을 전환한 곳도 있었다.

현재 여의도에서 대구탕집을 운영하는 양 모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급 참치회 식당을 운영하다 업종을 바꾼 케이스다. 양씨는 17년간 참치회 식당을 운영했지만, 김영란법을 만들려는 정치권 움직임을 보고 서둘러 일반 식당으로 바꿨다. 그는 "지난해 김영란법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해 업종을 전환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무지로 인해 막연한 공포감에 빠져 있는 음식점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 대표는 "김영란법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음식점주도 처벌을 받게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부차적인 이유로 음식점주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과태료 부과를 피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나눠 결제하는 이른바 '쪼개기'가 늘어나면 카드사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통신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 종로구의 J식당 주인은 "지금도 더치페이를 하는 손님들 때문에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앞으로 더 비용 부담이 커질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러다 보니 요식업계에서는 편법으로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예를 들어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사람과 식당을 찾을 때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으로 결제하고, 다음에 적용이 안 되는 일반인과 방문했을 때는 가격을 더 비싸게 결제하도록 해 가격대를 맞춘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한정식집 사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편법이 있었기 때문에 카드 분할 계산이나 현금 계산 등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삼겹살에 소주만 먹어도 3만원이 넘게 나오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가격 제한이 5만원 정도만 돼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편법을 양산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기획취재팀 = 신헌철 차장(팀장) / 김성훈 기자 / 최승진 기자 / 전정홍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윤진 기자 / 황순민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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