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논밭서 키우면 받고 산에선 못받고…임업 소외시키는 직불금

입력 2021/07/29 04:01
산림청 '임업 공익 직접지불제' 연내 법안통과 목표

농·어업 소득보전 지원많지만
산림 번번이 소외 형평성 논란
동일 작물 임야재배하면 제외
직불금도입 36만서명 국회촉구

전국산지 76% 보전산지묶이고
각종 규제에 재산권 침해 심각
◆ 한국형 산림 뉴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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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임업인이 숲속 경사지에서 재배 중인 명이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산림이 홍수, 가뭄 방지, 공기 정화, 산소 공급, 경관 조성 등 많은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산 주인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논과 밭에는 직불금을 주면서 산림에는 직불금을 안 주는 것이 말이 안 된다."(전승길 씨, 85세, 전남 곡성군 거주, 편백·밤 재배)

"산지는 재배기간도 길고 재배조건이 농지에 비해 불리한 데다 각종 규제로 재산권 이용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산림의 공익적 혜택 반대편에 있는 임업인이 수많은 피해를 입어온 만큼 산림의 지속적 가치 유지를 위해 직불제가 절실하다.(서동진 씨, 60세, 충남 아산시 송악면 거주, 옻나무 재배)

최근 임업인들 사이에서 '임업 공익 직접지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업과 어업은 소득 보전 차원에서 다양한 직불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임업은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업인들은 하나같이 농업, 수산업과 마찬가지로 임업 직불제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조합중앙회와 전국 지역 산림조합은 정부가 예산상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면서 번번이 좌절됐지만 임업인들의 희생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임업 직불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임업인들은 "정부가 공익적 가치 실현만을 강요해 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36만명의 염원이 담긴 임업직불제 도입 촉구 서명부도 국회에 전달했다. 2005년 산림청이 임업 직불제 연구용역을 통해 시작한 16년째 해묵은 현안 과제가 해결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서다.


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장은 "그동안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상 농업에 임업이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야에서 재배한 작물 등은 직접지불제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수원 함양과 산사태 방지 등 공익 기능을 수행하는 산림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산림을 가꾸는 산주와 임업인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수산업 분야에는 다양한 농업 공익직불금 제도와 수산 공익직불금 제도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2001년 도입된 농업직불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해 정부가 농민들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부터는 농업의 공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공익 직접지불제로 개편됐다. 올해만 120만 농가에 2조3919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어업 분야도 2015년 수산업직불제가 도입됐고, 올해 3월부터는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기능 향상을 보조하는 수산업 공익직불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임업 분야는 지원 제도가 없어 217만명에 달하는 사유림 산주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만큼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그동안 산주들은 전국 산지의 76%가 보전산지로 묶여 각종 규제로 인한 재산권 침해로 많은 불이익을 받아 산림경영의 어려움을 꾸준히 호소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농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토지는 농지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같은 지역에서 밤이나 떫은 감 등 동일한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농지는 직불금이 지원되지만, 임야는 지원되지 않는다. "밭에서 키우면 정부 지원금, 산에서 키우면 직불제 소외"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업의 생산기반은 농·축·수산업에 비해 상당히 열악하다.


그러다 보니 임가 소득은 농가와 어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임가 소득은 작년 말 기준 연평균 3700만원으로 농가(4500만원)의 82%, 어가(5300만원)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임업은 생물다양성, 지구 온난화 방지 등 농·축·수산업보다 훨씬 많은 공익기능을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8년 기준으로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연간 221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국민 한 사람이 해마다 428만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따라서 산림이 온실가스 흡수와 저장, 토사 붕괴 방지, 산림휴양 치유 등 공익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임산물을 생산하는 임업에 대한 적절한 보상으로 임업 공익직불금제 도입이 필요하며, 다양한 직불금제가 시행되는 농업·수산업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스위스, 핀란드, 일본 등 해외에서도 공익기능을 증진하는 산림경영 활동에 대해 다양한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임업직불제는 2017년부터 국회에서 발의와 계류, 폐기를 반복해 오다 정진석·서삼석·윤재갑 의원 발의로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산림청은 오래전부터 임업 분야 직불금제 도입 필요성을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건의해 왔다. 지난 2월부터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한국임업후계자협회, 한국임업인총연합회 등 임업단체가 참여하는 임업직불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현재 예산과 조직 확보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산림청은 올해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임업인들의 오랜 염원인 공익직불제가 조속히 시행되기를 기대한다"며 "임업 공익직불제는 그동안 소외됐던 임업인의 소득 안정에 기여함과 동시에 장기간 산림을 경영하면서 공익 증진에 기여한 임업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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