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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산림 뉴딜] 탄소 줄이는 집…세계는 지금 목조건축에 빠졌다

입력 2021/07/29 04:02
수정 2021/07/29 07:12
목재 36㎡ 사용한 집 한 채가
환경오염 주범 탄소 9t 줄여
佛 공공기관 50% 목조로
美 목조주택에 보조금 지급

한국 목재자급률 16% 그쳐
공공건축 목재 사용 늘려야

정부, 목재특화거리 조성 추진
1인 목재사용량 30년내 3배로
벌채, 자원순환의 일부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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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의 국내 최대 높이(지상5층~지하 1층·19.12m) 목조건축물인 `한그린목조관`.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소재인 목재의 산업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탄소중립(Net-Zero)'이 기후위기를 막을 범국가적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탄소 통조림'이라 불리는 목재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탄소중립 전략에 목재 사용 활성화 방안을 포함하고, 소비자와 기업들이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대신 목재제품과 같은 순환 가능한 제품 사용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11월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라며 "무엇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목재산업이 탄소저장산업으로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이행만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게 확인되면서 목재산업은 그린산업의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세계 각국은 목재를 탄소저장 소재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재 이용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일본은 2010년부터 '공공건축물 등에서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목조 건축이 활발하다. 1만8000여 명의 올림픽·패럴림픽 선수단이 묵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빌리지가 일본 63개 지자체에서 기부받은 4만여 개 목재로 지어졌을 정도다. 올림픽 선수촌은 현재 일본이 진행하는 탄소중립 정책의 상징이다.

프랑스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을 목표로 내년부터 신축하는 50% 이상 공공 건축물에서 목재를 이용한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우드 포 굿(Wood for Good)'이라는 목재 이용 캠페인을 벌여 건축 분야에서 목재 활용을 독려하고 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2009년 '목재 우선 법률'을 시행해 공공 건축물을 신축할 때 목재 우선 사용을 의무화했고, 미국 역시 2017년부터 건축자재로 목재를 채택하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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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왼쪽)이 지난 20일 전북군산시목재산업체를방문해엠디에프(MDF) 합판 생산 공장 시설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산림청]

그렇다면 세계 각국이 목재 산업에 꽂힌 이유는 뭘까. 목재는 종이와 가구, 건축물부터 축사 깔개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목조건축과 산림바이오매스인 목재팰릿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산소(O2)를 내뿜는 과정에서 몸 안에 탄소를 저장한다. 그래서 수확된 후 목재로 쓰일 때도 나무는 탄소를 머금고 있어 '탄소 통조림'이라 불린다. 실제 목재의 탄소 저장량은 상당하다. 수확된 목제품(HWP)은 제품 내에 탄소를 저장해 대기 중으로 탄소가 방출되는 것을 지연시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재목은 35년, 합판·보드류는 25년, 종이는 2년 동안 탄소를 저장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목재를 약 36㎥ 사용한 목조주택 1동에 총 9t의 탄소가 저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목재는 건축 분야에서는 철근과 콘크리트, 생활 속에선 플라스틱과 비닐 등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이기도 하다. 또한 목재는 생산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양이 적다. 동일한 부피의 양을 생산하는 데 알루미늄은 목재보다 796배, 철강은 264배, 콘크리트는 6.6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목재제품은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 배출 염려가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목재문화진흥회가 복지시설 실내를 목재로 재조성하는 '실내 나눔숲 조성사업'을 실시한 뒤 공기 질을 분석한 결과 포름알데히드 59%, 곰팡이 72.3%, 라돈 5.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 정부 역시 올해 들어 산림을 통한 '탄소흡수'를 강조하고, 국산 목재 사용 권장에 나섰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악한 임업환경에 따른 높은 생산비와 가격, 국산보다 싸고 질 좋은 수입목재, 벌채에 대한 비판적 여론 등으로 국산 목재 사용이 계속 답보 상태다. 한국의 임목축적량(산림의 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목재 수확 비율은 독일 2.6%, 스위스 2.4%, 오스트리아가 2.0%인 데 비해 한국은 0.5%에 불과해 OECD 29개 국가 중 27위에 그치고 있다.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 30년생 이상(4~6영급)이 72%를 차지하고 있으나, 목재 자급률은 15.9%로 수입 목재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남성현 경상국립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간 국내 수요의 84%에 해당하는 목재를 6조원어치나 수입한다"며 "목재 자급률 향상을 위해 친환경 벌채를 통해 국산 목재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무가 노령화되면 임목축적 증가율이 둔화하고 탄소 흡수·저장량도 줄어 제때 수확해 목재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임업계는 세계 목재시장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산 목재 사용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도시 건설, 건축소재, 생활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 목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올해 1월 산림청에서 발표한 산림 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 방안에는 목재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이 담겨 있다. 우선 가로등이나 버스정류장과 같은 작은 시설물부터 청사, 도서관 등 공공 목조건축까지 지역 목재를 활용해 거리의 색깔을 바꾸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목재친화도시' 사업이 포함됐다. 노후화된 학교, 어린이집 등 어린이 이용시설의 실내를 목재로 리모델링하는 '어린이 이용시설 목조화' 사업도 시행한다. 산림청은 이를 통해 작년 기준 1인당 연간 목재 사용량 0.6㎥에서 2030년 1.2㎥, 2050년 2㎥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산림청은 국내 목조건축 시장 확산에 발맞춰 전문가들로 구성한 '목조건축서비스 자문단'을 꾸리고 목조건축 사업의 기획, 발주, 디자인,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단계별 지원체계를 갖췄다. 그동안 목조건축 활성화에 걸림돌이었던 목조건축의 높이(18m) 제한 규정도 폐지했다. 하경수 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우리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가꾸고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목재를 가능한 한 많이 쓰고, 목재를 수확한 자리에는 기후변화에 강하고 생태적으로 건전한 나무를 다시 심고 가꾸는 산림 순환 경영이 현장에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목(韓木) 디자인 공모전, 플라스틱 대체 목재제품 공모전, 나무사랑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등 국민들이 국산 목재를 보다 더 잘 알고 생활 속에서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체험기회를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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