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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도움왕…'왼발의 달인'으로 영원히 기억되고파

이용건 기자
입력 2020.12.02 17:26   수정 2020.12.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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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도움 110개 압도적 1위
목표는 한국 첫 '80골-80도움'
내년 400경기 돌파 눈앞

풀타임 출전 힘들어진 나이
뛰는 동안 모든것 쏟아부을것

"지금까지 뛸 수 있었던 비결은
뭐든 나부터 하려는 자세"
◆ 나는 철인이다 ③ 수원 삼성 블루윙즈 염기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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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은퇴 운동선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 3년 이상 운동선수들이 은퇴하는 나이는 평균 23세다. 하지만 평균 은퇴 연령보다 14세나 많은 K리그 수원 삼성 주장 염기훈(37)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 불혹을 목전에 둔 나이에도 여전히 구단에서 평균 평점이 가장 높다 보니 구단도 염기훈(11월 1년 계약 연장)을 잡을 수밖에 상황. 2006년 프로 데뷔 후 396경기 출장, 득점왕(이동국)이 떠난 K리그에서 여전히 현역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도움왕(통산 1위·110개)' 염기훈의 포부를 지난달 24일 전화 인터뷰로 들어봤다.

―또 계약 연장했다. 언제까지 뛰나.

▷이젠 큰 부상을 당하면 안 되는 나이다. 그런 변수가 없다면 적어도 마흔까지는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관건은 회복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90분을 모두 소화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았다.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힘들어졌으니 체력을 소진했을 때 얼마만큼 빨리 채워 경기에서 좋은 기량을 보이느냐가 중요해졌다. 풀타임을 뛰지는 못하지만 경기에 출전한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생각한다.

―친했던 이동국이 은퇴했는데.

▷너무 슬펐다. 같이 지도자 교육도 받으면서 많이 이야기했고, 무엇보다 저를 포함해 오래 뛰는 선수들에게 동국이 형은 정신적 버팀목 같았으니까. 그를 보며 저도 오래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곧 내게도 다가올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안이해지는 나를 봤다'는 동국이 형에게 크게 자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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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으로서 장수 비결은.

▷알려진 이야기인데, 제 롤모델은 지성이 형(박지성)이다. 후배들이 축구 내적이든 아니든 잘못됐을 때 지성이 형은 행동으로 보여줬다. 매번 그렇게 하는 게 힘들지만 나이가 많거나 베테랑이라고 해서 게을러지는 대신 더 앞장서는 것이다. 저도 선배들에게 배운 훌륭한 마인드를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게 있다. 결국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다. 몸 관리 측면에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주요하다고 본다.


운동선수에게 큰 스트레스는 식단 관리다. 특히 요즘 후배들은 더 철저히 관리하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먹고 싶으면 탄산음료든 면 종류든 그냥 먹었다. 그 덕분에 다른 선수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훈련할 수 있었다.

―젊은 선수들 스피드가 빨라졌는데.

▷예전에 비해 빠른 선수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다. 저한테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많이 연구했다. 그중 하나는 역동작을 많이 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이었다면 공간이 보이면 공을 차고 달렸겠지만 이젠 수비에 바로 따라잡힌다. 요즘 저는 상대방 다리를 보며 드리블한다. 그렇게 상대방 움직임을 유도한 후 페인팅으로 역동작을 거는 편이다. 수비를 등졌을 때도 몸 움직임을 많이 쓴다.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프로 시절 초반 부상 극복은.

▷안타깝게도 프로에 데뷔한 해부터 5년 차까지 매년 부상(피로골절)이 떠나지 않았다. 가장 기량이 만개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때 절망적인 감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젊음'이었다. 낫기만 하면 언제든 다시 보여줄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고, 운이 좋게도 많은 기회를 받았다. 오른발을 다쳐 왼발을 쓰게 된 것도 그랬고, 결국 어릴 때 겪었던 어려운 환경이 지금의 절실한 저를 만들었다.

―염기훈의 수원 사랑이 유별난데.

▷10년 전 이적했을 때는 제가 수원을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제가 이 팀을 좋아하고 계속 축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팬들인 것 같다. 2015년 중동 팀에서 제안을 받고 이적 결심을 거의 굳혔을 때 서포터분들이 진심으로 저를 응원하고 만류해줬다. 그때 알았다. 지금 나가면 다시는 이런 열정적인 응원과 환호를 받지 못할 것 같았다. 지금도 걱정되는데, 은퇴를 하면 가장 그리운 건 팬들 함성 소리일 것 같다.


여기에 구단도 저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으니 제가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었다(웃음).

―'도움왕' 염기훈 목표는.

▷축구는 골이다. 주목받는 게 이해되지만 축구도 팀 스포츠라는데 도움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져 좀 아쉽긴 하다. 그래서 저는 내년에 네 골을 추가해서 80골―80도움을 달성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게 단기적인 목표고, 장기적으로는 제가 사랑하는 팀에서 감독도 할 수 있길 바란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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