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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연장전 '뒤집기 샷'…첫 메이저 퀸

입력 2021/07/26 19:51
수정 2021/07/27 07:49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날 7타 줄여 연장 돌입
버디 낚으며 극적인 역전승

전반 보기 5개 범한 이정은
연장서도 샷 난조로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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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접전 끝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확정한 호주동포 이민지가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동갑내기 이정은(25·대방건설)과 호주 동포 이민지(25·하나금융그룹)는 드라이브샷 거리가 비슷하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 시즌만 보면 이민지가 263.3야드(36위)로 261.9야드(40위)의 이정은보다 조금 더 멀리 치고 있다.

26일(한국시간)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50만달러) 연장전이 벌어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 18번홀(파5). 짧게 세팅된 이 홀에서 먼저 티샷을 한 이민지의 공이 페어웨이 중앙에 잘 떨어졌다. 이어 친 이정은의 공은 언덕 경사를 타고 굴러가면서 오히려 이민지보다 10야드 정도 더 나갔다. 이 상황이 둘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5번 아이언을 잡으려다가 캐디의 조언으로 6번 아이언을 선택한 이민지의 두 번째 샷이 핀 1.8m 정도에 붙었다. 정말 완벽한 이글 기회였다. 비슷하게 붙이지 못할 경우 패배가 눈에 선한 이정은으로서는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을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7번 아이언을 잡은 이정은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해저드를 넘지 못하고 그만 물에 빠졌다. 승부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이정은은 보기로 홀 아웃했고, 이민지는 그 퍼트를 놓쳤지만 버디를 잡고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확정했다.

2019년 휴젤·에어프레미아 LA오픈 제패 이후 2년 만에 통산 6번째 우승을 거둔 이민지에게 메이저대회 정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승 상금은 67만5000달러(약 7억7000만원).

최종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정은에게 7타 뒤진 공동 4위였던 이민지는 우승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그의 마음을 편하게 했고 버디 행진으로 이어져 7타를 줄이고 연장 기회(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잡았다.

반대로 단독 2위 노예림(19)에게도 5타나 여유 있는 차이로 경기를 시작한 이정은은 넉넉했던 그 차이가 오히려 독이 됐다. 1번홀을 버디로 시작했지만 갑자기 보기가 스코어카드에 꽂히기 시작했다.


3번부터 내리 3홀 연속 보기를 범하더니 8번과 9번홀에서도 보기가 이어졌다. 스스로 긴장한 탓도 있지만 정말 퍼트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공이 홀 바로 앞에 멈추거나, 홀 끝에서 옆으로 비끼기 일쑤였다.

후반 들어 샷을 가다듬은 이정은은 12번홀 버디로 분위기를 반전한 뒤 마지막 3개 홀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끝내 처음 출발할 때 스코어로 복귀했지만 연장전에서는 이민지의 카운터펀치 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후 이정은은 "마지막 3홀에서 버디를 만들어 연장전에 간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연장에서 진 것도 아쉽지만, 한국 팬분들에게 태극기가 내려오는 걸 보여드리지 못해 그게 좀 아쉽다"고 했다.

동생 이민우(23)가 스코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지 2주일 만에 같은 유럽 땅에서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이민지는 "우승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무조건 버디를 많이 잡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4타를 줄이며 한때 선두를 달렸던 노예림은 10대의 마지막 생일을 하루 앞두고 우승을 기대했지만 18번홀에서 버디 퍼트가 빗나가는 바람에 연장에 합류하지 못하고 1타 차 3위(17언더파 267타)에 만족해야 했다.

전인지(27)가 4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6위(13언더파 271타)에 올랐고 5타를 줄인 양희영(32)은 공동 10위(11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전사 4인은 모두 10위 이내 진입에 실패했다. 3타를 줄인 박인비(33)가 공동 12위(10언더파 274타)에 올랐고, 김효주(26)는 1타를 잃고 공동 17위(8언더파 276타)로 순위가 떨어졌다. 김세영(28)이 공동 38위(3언더파 281타), 디펜딩 챔피언인 고진영(26)은 공동 60위(2오버파 286타)로 부진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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