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교생 7명 ‘소멸위기’ 중학교, 당구가 살렸다

박상훈 기자
입력 2021/09/11 11:50
수정 2021/09/11 11:53
전북 정읍 감곡중학교 당구특성화교육에 학생수 늘며 ‘활기’
입학생 매년 2~3명에서 10명으로…전교생 7명→17명
당구큐 17자루에 일일이 전교생 이름…다른 지역서 전학오기도
김규식 해설위원 소개로 지난 2월 감곡중-PBA 업무협약
PBA 대대테이블 2대 기증…1부투어 전성일 선수가 강사
최용훈 교장 “재능있는 학생들 훌륭한 당구선수로 컸으면”
87752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전북 정읍시 감곡면 감곡중학교 학생들이 교내 당구교실에서 당구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소멸위기에 있던 학교를 당구가 살렸습니다.”

전북 정읍시 감곡면에 있는 감곡중학교(교장 최용훈)는 지난해만 해도 곧 문닫을 상황이었다. 감곡중학교는 사방이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호남의 농촌마을인 감곡면의 유일한 중학교다. 그러나 인구가 줄면서 전교생은 7명에 불과하고, 매년 신입생은 2~3명밖에 안됐다.

그러나 올해 초 신입생이 무려(?) 10명이나 들어오면서 전교생이 17명으로 늘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전학온 학생도 있었다.

877520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전성일 프로당구선수와 방과후교실 당구 수업 후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감곡중학교 학생들.(사진=감곡중 제공)

◆전교생 7명 감곡중학교에 1년새 무슨일이

그렇다면, 소멸위기에 놓여있던 감곡중학교에 1년새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3월, 최용훈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해왔다.


“새로 학교에 왔을 때 1학년 2명, 2학년 2명, 3학년 3명으로 전교생 7명이었습니다. 해마다 신입생도 2명, 3명에 불과하니 학교가 꺼져가는 불씨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고민 끝에 찾아낸 처방은 진로특성화교육이었다. 학업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877520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 중인 감곡중학교 최용훈 교장.

최 교장은 우선 당구 골프 승마 요리 등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지원하는 교육계획을 담은 홍보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치 자동차회사나 보험회사 영업사원처럼 돌아다녔다. 정읍시 소재 38개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교를 홍보하며 신입생 모집에 나선 것.

그 결과 2~3명에 불과하던 신입생이 10명으로 늘어났고, 올 2학기에는 2학년 김민성(14)양이 정읍시내 학교에서 전학까지 왔다.

여러 체험활동 중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은 종목은 당구다. 신체활동과 집중력 향상에도 좋다보니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반응도 무척 긍정적이란다.

시설과 장비도 남부럽지 않다. 감곡중학교 ‘당구교실’에는 대대 2대(민테이블 ‘레볼루션’)가 있고, 전교생 17명 모두 각자 이름표가 붙은 ‘브레통’큐가 있다.

877520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당구선수를 꿈꾸는 감곡중학교 안용현, 김민성, 안형욱(왼쪽부터) 학생이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식 해설위원 소개로 감곡중-PBA 인연…PBA 테이블 2대 기증

평소 당구를 취미로 즐기던 최용훈 교장은 당구교실 운영을 위해 지역 당구단체 문을 두드렸다. 그러던 중 전북 출신 김규식 해설위원과 인연이 닿았다.


김규식 해설위원은 감곡중학교 사정을 듣고 당구교실 운영을 위한 조언은 물론 브레통 큐 등 각종 용품을 지원했다.

특히 감곡중학교와 PBA(프로당구협회)를 연결해 주었다. PBA도 마침 유소년 당구 육성 필요성을 절감하던 터였다.

감곡중학교와 PBA는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PBA는 감곡중학교 당구교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당구교실에 있는 대대 2대가 바로 PBA가 기증한 것이다. 또한 PBA 1부투어 전성일 선수가 방과후 당구수업 지도를 맡게 됐다.

김규식 해설위원은 “한국 당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당구 꿈나무들을 육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저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텐데 흔쾌히 동참해주신 PBA 김영수 총재, 장상진 부총재, 이희진 대표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877520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안용현 군이 큐를 들고 스트로크 자세를 취하고 있다.

877520 기사의 6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감곡중학교 당구교실에서 연습 중인 안형욱 군.

◆당구 꿈나무들 “김가영 조재호 김행직 선수와 우리 선생님(전성일 선수) 좋아해요”

‘방과후 당구수업’은 격주 월요일과 매주 목요일에 2시간씩 주 1~2회 진행된다.

전교생이 당구를 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당구선수를 꿈꾸는 학생도 생겼다. 올해 입학한 안형욱·용현은 방과후 수업 시간 외에도 틈날 때마다 당구교실을 찾으며 ‘쌍둥이 당구선수’를 꿈꾼다.

형 형욱은 “김가영 선수 경기는 생중계와 유튜브 동영상을 자주 본다. 김가영 선수가 이기면 제가 이긴 것처럼 기쁘고, 질 때는 제가 진것처럼 아쉽다”며 “남자선수 중에서는 전성일 선생님을 제일 응원한다”고 했다.

동생 용현이는 “공격적이고 힘이 넘치는 남자 선수 경기가 재밌다”며 “최근 유튜브를 통해 조재호 선수 경기를 봤는데 눈빛이 정말 멋있더라”고 말했다.

877520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2학기 전학생 김민성 양은 같은 전북 출신인 김행직 같은 당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감곡중학교 당구교실 얘기를 듣고 정읍에서 전학온 김민성(2학년)양은 당구 좋아하는 아버지 따라 어려서부터 당구를 알게됐고, 이제 당구선수가 되는 꿈을 갖게됐다.


고등학생이 되면 대한당구연맹 학생부 선수로 등록해 전국대회에도 출전하겠다는 포부다.

민성 양은 전북(익산) 출신인 김행직(전남연맹·국내1위)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올 상반기 한 학기 동안 당구교실을 운영한 최용훈 교장은 아직 남은 숙제가 있다고 했다. 당구가 소년체전 정식 종목이 되고, ‘당구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전북 지역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 교장은 “소년체전 정식 종목이 아니다 보니 당구부를 창설하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 학생들이 중학교 졸업 후에도 특기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며 “감곡중에서 재능을 발견한 학생들이 이후 훌륭한 당구선수가 된다면 교육자로서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읍=박상훈 MK빌리어드뉴스 기자]

877520 기사의 7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PBA 1부투어 선수 전성일은 지난 3월부터 감곡중학교 방과후학교 당구교실 강사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감곡중학교 당구교실 강사 전성일 PBA 선수 미니 인터뷰

▲감곡중학교 당구교실 강사는 어떻게 맡게 됐나.

=김규식 해설위원님이 제안해주셨다. 평소 좋아하는 선배님의 제안이라 흔쾌히 하겠다고 했으나, 사실 시작 전에는 고민이 많았다. 동호인 레슨 경험은 있지만, 당구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 여러 명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수업은 어떻게 준비했나.

=학생들 레슨 경험이 많은 주변 선수들에게 자문도 구하고, 당구도 다시 공부하면서 준비했다. 감곡중학교 최용훈 교장선생님과도 수업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모든 학생이 당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중에 관심을 보이거나 재능이 있는 학생은 당구선수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구체적인 수업 방식은.

=당장 당구기술이나 시스템, 경기방식을 가르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기본적인 공 치는 방법을 알려준 뒤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도 최대한 아이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지난 1학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학부모님들이 감사하다고 손편지를 보내주셨을 때다. 정말 오랜만에 손편지를 받았는데 뭉클하고 고맙더라. 당구는 인성교육에도 효과적인 스포츠다.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반응도 좋다. 저도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처럼 즐겁게 당구교실을 함께하고 싶다. 사는 곳이 전주라 학교까지 차로 40분 이상 걸린다. 몸은 조금 피곤해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굉장한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PBA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 제 경기가 있으면 감곡중학교 전교생과 학부모님들이 응원해주셔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