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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나의 재능"…PGA 투어 새 역사 쓴 이경훈

임정우 기자
입력 2022/05/16 17:35
수정 2022/05/16 19:37
'AT&T 바이런 넬슨' 역전 우승
한국 선수 최초 대회 2연패

이글 1개·버디 7개…9타 줄여
"신이 도와준 것 같이 잘 풀려"

'2년 연속 우승' 위한 승부수
스윙코치 재결합, 캐디 교체
퍼터도 7년된 구형으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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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이 가족과 환하게 웃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작년 우승자' 자격으로 나선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회 2연패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경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달러)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 최초로 '대회 2연패' 기록을 세웠다.

아내와 딸, 부모님 앞에서 PGA 투어 통산 2승째를 올린 이경훈은 "가족과 함께 PGA 투어 우승이라는 기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또 하나의 멋진 우승 사진을 남기게 된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쳤다.


합계 26언더파 262타를 적어낸 그는 단독 2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으로 163만8000달러(약 21억원)를 받은 이경훈은 포인트 500점을 추가해 지난주보다 88계단 상승한 28위로 페덱스컵 순위가 급상승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경훈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 한국오픈 2연패를 포함해 프로 통산 4승을 거두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경훈은 자신의 꿈을 위해 더 큰 무대로 발길을 옮겼다.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다. 어린 시절부터 가슴속에 품고 있던 PGA 투어 챔피언이 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경훈은 높은 벽 앞에서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노력'이라고 밝힌 이경훈에게 포기는 없었다. 지난 2년간의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은 이경훈은 2018시즌 상금순위 9위를 차지하며 기어이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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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이 17번홀(파3)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천금 같은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드디어 올라선 꿈의 무대. 이경훈은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한 걸음씩 전진한 결과는 달콤했다.

PGA 투어에서 보내는 세 번째 시즌인 2020~2021시즌에 이경훈은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 이경훈이 한국 골프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그는 첫 우승을 차지했던 AT&T 바이런 넬슨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PGA 투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이경훈이 최초다.

최종일 이경훈이 보여준 경기력은 경쟁자들을 주눅 들게 했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6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이경훈은 12번홀 이글 1개를 포함해 버디 7개를 묶어 9언더파를 몰아치는 저력을 발휘했다. 파3 17번홀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벙커 턱에 공이 걸려 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샷을 했고, 파 퍼트를 성공시킨 순간 마치 우승을 차지한 듯 이경훈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이경훈은 "12번홀 이글 이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며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인 만큼 다시 우승하고 싶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게 돼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경훈의 우승 비결은 '변화'다. 당연히 승부수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올해 출전한 12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던 이경훈은 지난 4월 마스터스가 끝난 뒤 스윙코치, 캐디, 클럽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고민 끝에 크리스 메이슨 스윙코치와 재결합한 이경훈은 앞서 안병훈(31)의 캐디로 활약했던 댄 패럿과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 퍼터도 바꿨다. 이경훈은 첫 우승을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블레이드형 퍼터 대신에 2015년부터 사용했던 퍼터 중 하나인 오디세이 웍스 버사 투볼 팽 퍼터를 캐디백에 집어넣었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샷부터 아이언샷, 퍼트까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PGA 투어 통산 2승째를 올렸다. 이경훈은 "스윙코치부터 캐디, 퍼터까지 변화를 준 게 이번 대회에서 모두 잘 맞아떨어졌다"며 "다른 선수들처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끈기 있게 노력하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다. 전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인 PGA 투어에서 내 무기인 노력을 앞세워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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