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큐스쿨1위 ‘언더독 신화’ 김욱 “내 공이 1부서도 통한다는거 증명하고 싶다”

김동우 기자
입력 2022/05/22 07:00
수정 2022/05/22 11:14
3부투어 출신으로 PBA 큐스쿨서 전체 1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큐스쿨 임해
철강회사 직원이자 두 아이 둔 가장
“당구에 전념하고 싶은데…아내와 진로 고민중”
감각적이고 시원시원한 공격플레이가 장점
현실적 목표는 꾸준히 성장해 1부투어 잔류하는 것
44995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김욱은 최근 참가한 PBA큐스쿨 2라운드서 나흘간 8경기서 전승을 거둬 40포인트로 전체 1위를 차지, 22-23시즌 PBA1부투어에 진출했다. (사진=김욱 제공)

“아직 (실력이) 밑바닥 수준인 제게 큰 목표는 사치죠. 다만 제 공이 1부투어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근 PBA가 발표한 ‘2022 PBA투어 큐스쿨’ 최종순위표 맨 꼭대기에 낮선 이름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김욱(42). 그는 지난시즌 챌린지투어(3부투어) 랭킹29위로 32위까지 주어지는 큐스쿨 진출권을 가까스로 따냈다. 그런데 이번 큐스쿨 최종라운드서 2명에 불과한 전승을 기록하며 전체 1위로 1부투어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이틀 후 이뤄진 통화에서 김욱의 목소리에는 기쁨이나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듯했다.

김욱은 철강회사에 다니는 샐러리맨이자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가장이다.


그가 이번 큐스쿨을 통과했음에도 당장 한 달여 뒤 참가할 1부투어 무대가 내심 부담스러운 이유다. 당구에 전념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부투어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김욱과 전화로 몇마디를 나눴다.

449952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이번 큐스쿨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임했다는 김욱. 그는 큐스쿨 전까지 치른 챌린지투어 및 드림투어 3개 대회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사진=김욱 제공)

△아직까지 팬들에는 익숙지 않은 이름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20-21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챌린지투어에서 활동했다. 당구수지는 40점이고,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거주하나 구장은 인천 계양구 JK빌리어드클럽과 서구 빌스퀘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번 큐스쿨서 거둔 성과가 대단하다. (김욱은 84명이 참가한 큐스쿨 2라운드서 나흘간 8경기서 전승을 거둬 40포인트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챌린지투어 2시즌 차인 데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시합도 띄엄띄엄 나가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번 큐스쿨서에는 초반부터 컨디션이 좋아 그 이후로 쭉 가속이 붙으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기록을 봐도 최근 상승세가 뚜렷하다. (챌린지투어 3차전 3위-드림투어 4차전(와일드카드 출전) 33위-챌린지투어 4차전 1위-큐스쿨 1위) 계기가 있었나.

=지난 시즌 챌린지투어 3차전에서 4강 갔을 때 자신감을 찾았다. 이후 성적을 상위권으로 유지하고 싶다 보니 집중력이 살아났다.


특히 직장과 육아 등으로 당구를 칠 여력이 부족하다 보니 시즌 막바지에는 ‘큐스쿨에 나갈 수 있다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내 공을 치자’고 생각하며 더욱 결의를 다졌다.

△좋은 성적을 냈는데, 걱정도 앞선다고.

=막상 너무 기대 이상 성적을 내다보니 당황스러운 면도 있다. 성과 자체에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지만 직장과 육아문제를 생각하면 걱정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1부투어에 올라갔으니 한 시즌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특히 새 시즌 1부투어서 활동하면서 직장을 다닌다는 게 기존 선수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아내와 상의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449952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김욱은 우상으로 조재호 선수를 꼽았고, 그에 걸맞게 공격적이고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선호한다고 했다. (사진=김욱 제공)

△당구는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어릴적 아버지께서 서울 서대문구서 당구장을 13년 가량 운영하셨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자연스레 당구를 접했다. 대학교 재학 시절에도 주변 일반인 중에 적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누구한테 공을 배운 것도 아니고 그저 당구가 좋아서 친 것이기에, 또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도 해야 했기에 선수생활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렇게 큐를 놓고 있다가 30세가 되던 때 대대를 처음 접했고, 이후 틈날 때마다 당구를 즐기며 여기까지 오게 됐다.

△회사 일에 가장으로서 집안일까지…, 당구 치기 쉽지않았겠다.

=그렇다. 직장 업무는 물론, 가장으로서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연습시간이 부족하다. 주중에는 짬 날 때 당구 치고, 주말에는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아내와 상의해서 시간이 될 때 당구장에 간다. 사실 당구장에 가도 손님들과 게임을 하며 감각을 유지하는 정도지, 공 배치를 연습하는 등 정식적인 훈련을 할 여유는 거의 없다.


△친하게 지내는 당구선수는.

=사실 당구 자체에 몰두할 수 없다 보니 인맥도 넓지않다. 같은 빌마트 소속인(김욱은 빌마트 후원을 받고 있다) 강동구(강동구는 이번 큐스쿨서 김욱과 함께 전승을 거뒀으나 애버리지차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선수, 김정호 선수, 황지원 선수와 친하다.

△김임권 선수와도 친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다.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회사 일로 남부지방으로 외근나갔다가 전주서 김임권(이번 드래프트에서 TS샴푸히어로즈에 지명) 선수를 처음 만났다. 자주 보지는 못하나 가끔 전주에 내려갈 때면 당구 한 게임 치고, 술도 한잔하는 사이다.

△우상은 조재호 선수라고.

=팬심이 강하다. 도전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마음에 들고, 항상 긍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도 멋지다.

△자신 플레이의 장점을 꼽자면.

=감각적으로 공을 치는 편이며, 극단적인 공격형이기도 하다. 인터벌도 짧고 시원시원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한번은 오성욱(휴온스헬스케어레전드) 선수가 내 플레이를 보고 ”감각이 좋다“고 표현해 줘 뿌듯했다. 하하.

449952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김욱은 다가오는 새 시즌 1부투어서 즉각적으로 성적을 내기 보단 시즌을 치르며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김욱 제공)

△새 시즌 1부에서 겨뤄보고 싶은 선수는.

=우상인 조재호(NH농협카드그린포스) 선수와 경기해 보고 싶다. 또 베트남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기도 하다. 특히 응우옌꾸억응우옌(하나원큐), 응고딘나이(SK렌터카위너스)는 내가 좋아하는 시원하고 감각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라 그간 TV를 보며 동경했던 선수들이다.

△1부투어에서의 목표는.

=솔직히 (실력이)밑바닥 수준인 내가 높은 목표를 잡는 게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성적을 내기 보다는 항상 나보다 상대가 잘 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판한판 최선을 다해 시즌 중에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 현실적인 목표는 ‘1부투어 잔류’다.

하지만 내 플레이에서 만큼은 당당하고 싶다. 다가오는 6번의 투어 중 한번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경기를 하고 싶다. 또 나같은 배경을 지닌 사람도, 내 공도 1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당구선수로서의 최종 목표는.

=현실적인 벽이 높지만 여전히 ‘당구로 밥 먹고 사는 게’ 목표다. 여력만 된다면 당구에 올인 하고 싶다. 그러한 자세가 기존에 활동하는 당구선수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또 1부투어서 성적을 잘 낸다면 팀리그에 입단해 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