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자 킬러' 홍정민 "내가 매치플레이 여왕"

입력 2022/05/22 20:57
수정 2022/05/23 08:54
두산 매치플레이서 생애 첫승

박민지·임희정 등 제압하고
결승서 '신인' 이예원도 꺾어

'퍼팅퀸' 김혜윤 아버지가 캐디
흔들린 퍼팅감 끌어올려 승리

대상·5승 거두고 LGPA 도전
한국여자오픈 꼭 우승하고파
45199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홍정민이 22일 라데나CC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홍정민은 나이답지 않게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담담한 표정으로 투어 최강자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1대1 맞대결' 매치플레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생애 첫 우승.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어서 얼떨떨하다. 그냥 기쁘고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어서 좋다." 우승 소감에서도 아직 생애 첫 우승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톱골퍼 킬러' 홍정민은 22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2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최종일 결승전에서 '신인' 이예원을 제압하고 '매치플레이 여왕' 자리에 올랐다.

특히 라데나CC 18번홀은 '홍정민 홀'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 대회 총 7경기에서 홍정민은 18번홀에서는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16번홀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끝낸 조별리그 2차전을 제외하고 4승1무. 16강에 오른 홍정민은 지난해 6승을 거둔 '대세' 박민지를 만났다. 이번 대회 '우승 스토리'의 하이라이트.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맛본 박민지는 매치플레이 대회 11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1홀 뒤지던 홍정민은 마지막 18번홀을 가져오며 결국 동률을 이뤄냈고 연장 첫 번째 홀에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4강전에서는 18번홀에서 무승부를 거둔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임희정을 제압했다.

결승 상대는 올해 신인상 랭킹 1위 이예원. 초반은 이예원의 흐름이었다. 1번홀과 3·4번홀을 연달아 따온 것. 하지만 톱랭커들을 상대로 승리를 맛본 홍정민은 특유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5번홀부터 3홀 연속 승리를 거두며 흐름을 뒤바꿔놨다.


그리고 1홀 뒤지던 17번홀에서 버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18번홀에서 1m도 되지 않는 버디를 또다시 성공시키며 치열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섯 살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시작한 홍정민은 2018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어 2019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에이스다. 프로로 전향한 2020년 3부 투어인 점프투어에 입성하자마자 5차전부터 8차전까지 연달아 우승하며 KLPGA 역대 최초로 '점프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곧바로 2부 투어인 드림투어로 올라온 홍정민은 시즌 중반에 합류했지만 상금랭킹 16위에 올라 2021시즌 정규투어 직행 티켓까지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사실 홍정민의 '5월 우승'은 예상 밖이다.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이기 때문. 지난해 정규 투어에 입성한 홍정민은 5월까지는 6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두 차례에 가장 좋은 성적이 45위에 불과했다. 올해도 이 대회에 앞서 6개 대회에서 컷 탈락만 세 차례를 당했다. 홍정민은 "난 늘 발전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동계훈련 동안에 바꾸고 시도한 것들을 시즌 초반에 시험하기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새로운 것들이 몸에 좀 익으면서 여름부터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홍정민은 특히 퍼팅에 발목이 잡혔다. 이 대회에 앞서 퍼팅 순위는 113위. 홍정민은 '퍼팅 퀸'으로 유명한 프로골퍼 김혜윤의 아버지 김정호 씨에게 이번 대회 캐디를 맡아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홍정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김혜윤과 전지훈련을 같이 갔고 그때 김정호 선생님께 기본 스윙을 배웠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퍼팅 연습을 하고 자세를 점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숙소에서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30분씩 퍼팅 연습은 꼭 했다"면서 감사함을 드러냈다.

'빨간 바지 마법사' 김세영이 롤모델이라는 홍정민은 '리틀 박세리'로도 불린다. 같은 대전 출신인 데다 스윙 폼과 눈매까지 묘하게 닮았다. "지금은 '조금은 박세리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수줍게 웃은 홍정민은 "골프선수로 한국 여자오픈 우승은 꼭 하고 싶고 대상과 통산 5승 정도는 하고 싶다.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춘천 =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