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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내린다는 증권사들…'개미울리는 계산법'도 고칠까

문지웅 기자
입력 2020.10.27 17:27   수정 2020.10.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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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등 대다수 대형증권사
투자자 불리한 '소급법' 유지
90일 이상 빌리나 짧게 쓰나
최고 이자율로 일괄 적용

은행신용대출 이자의 2~3배
상반기 수익만 3600억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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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용대출(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은행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2~3배 높기 때문에 절대적 금리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부터 금리를 낮추면 신용대출이 오히려 폭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자제 권고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금리를 내려도 이자계산법을 바꾸지 않으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음달 23일 새 모범규준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이 신용거래융자 금리에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개정된 '금융투자회사의 대출 금리 산정 모범규준'은 다음달 23일 시행된다. 예를 들어 지금 대출 약정을 맺을 땐 '연 5%'라고 표시되지만 앞으로는 '연 5%(기준금리 연 3%+가산금리 연 2%)'로 구분해 표시하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앞서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대출금리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다음달부터 매달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새로 산정해 공시하도록 했다. 금리 산정 투명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금리를 낮추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정부까지 금리 문제 개선에 나선 이유는 올해 사상 유례없는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이 불어 지난해 말 9조2000억원 수준이던 증권사 신용대출이 최근 16조8000억원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청년층의 신용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무려 162.5%가 폭증했다.

신용대출 급팽창으로 올 상반기 증권사들은 3640억원의 이자 수익을 챙겼다. 키움증권 682억원, 미래에셋대우 546억원, 삼성증권 456억원, NH투자증권 415억원, 한국투자증권 323억원 등의 순이다.

증권사들이 큰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2.86%지만 주요 증권사 신용대출 금리는 기간에 따라 최소 연 3.9%에서 최고 연 9.5%에 이른다.

금융위가 지적하듯이 증권사들은 그동안 고객들에게 신용위험, 업무원가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알리지 않았다. 투명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은행보다 훨씬 많은 이자를 받아온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8일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새 기준에 따른 금리 산정 방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최근 금리를 내린 증권사도 많아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빚투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주식시장에서 신용을 사용하는 투자자들은 금리 민감도가 은행 고객들보다 떨어진다"며 "금리 인하보다 투기에 가까운 신용대출 사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증시가 크게 흔들릴 경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보여주기식'으로 금리를 찔끔 내리는 것보다 이자 계산법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 일부만 소비자에게 유리한 '체차법'을 적용하고 있다. 신용대출 규모가 큰 키움, 삼성, 한국투자증권 등은 '소급법'을 적용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신용거래설명서'는 "기간에 따라 이자율이 증가하는 경우 소급법 적용으로 인한 이자가 체차법 적용으로 인한 이자보다 많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가 1~15일 연 5%, 16~30일 연 6%, 31~60일 연 7%, 61~90일 연 8%인 상황에서 5000만원을 90일 신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체차법을 적용하면 총이자가 약 84만원이지만, 소급법에 따르면 98만원이다. 소급법에 따른 이자 부담이 90일간 14만원 더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가 금리도 낮추고, 소급법을 체차법으로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달 비용이 은행보다 높기 때문에 증권사 신용대출 금리를 은행 수준으로 낮추라는 요구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매월 1회 점검 결과에 따라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라며 "결과에 따라 이자율은 변경될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 <용어 설명>

▷체차법 : 신용대출 시점부터 상환 시점까지 기간별로 나눠 세분화된 금리 적용. 대출 기간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 소급법보다 이자 부담이 적음.

▷소급법 : 대출 전 기간에 걸쳐 동일한 금리 적용. 대출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 맨 마지막 높은 금리를 일괄 적용하기 때문에 체차법보다 이자가 많이 나옴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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