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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때 팔자" 각국 중앙은행의 금 '고점 매도'…10년만에 첫 순매도세

김인오 기자
입력 2020.10.30 11:22   수정 2020.10.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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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사상 최고치 기록한 올해 3분기 러시아·터키·우즈벡 중앙은행 매도세…12.1톤 '순 매도'로 2010년 4분기 이후 처음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탓에 올해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찍자 세계 각 국 중앙은행이 금을 '고점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들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을 '순매도'했다. 금은 미국 달러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위험 자산이 거래되는 뉴욕 증시와 발 맞추는 듯한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세계 금 위원회(WGC)는 '금 수요 동향 보고서'를 내고 올해 3분기(7~9월) 전세계 중앙은행이 금을 12.1톤(t)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 2010년 4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각 국 중앙은행은 지난 2018~2019년 금 사재기에 나서 한 차례 시장 눈길을 끈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중앙은행들은 141.9t을 순 매수했었다.

금 매도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러시아와 터키, 우즈베키스탄이다.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은 가장 많은 34.9t을 팔았다. 중앙 아시아 주변국 고립 모드를 벗어나 보유자산 다변화에 나서는 차원에서다. 리라화 폭락 사태를 겪고 있는 터키 중앙은행은 22.3t을 팔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13년 만에 매도에 나섰다.

3분기는 상품시장에서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찍던 시기다. 지난 8월 7일 뉴욕상품거래소 선물 시장에서 금(12월물)은 1트로이온스당 2072.50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상품시장에서 금 주요 수요자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과 안전자산 투자자, 귀금속 회사들이 꼽힌다. 투자 수요 측면에서 금 값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3분기에 금 272.5t을 끌어들였다.


전체 ETF 실물 수요량은 누적 기준 총 3880t으로 사상 최대치다. 대표적인 금 실물 ETF는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운용하는 'SPDR골드셰어즈'다. 해당 ETF는 금 관련 파생상품이 아니라 금 실물을 사들여 영국 런던 HSBC은행 금고에 금을 저장해둔다. 금 현물 가격이 높아지면 수익률도 높아지는 구조다. WGC는 3분기 들어 ETF발 수요 증가세가 직전 분기보다 둔화되기는 했지만 수요 자체가 꾸준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ETF 외에 골드바(금괴)·골드 코인(금 동전)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3분기에 222.1t을 사들였다. 1년 전보다 49%늘어난 규모다. 유럽 등 서구 지역과 중국·터키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금을 사들였다. 해당 분기 귀금속 회사들 수요는 333t으로 1년 전보다 29%줄었다. 최대 소비지인 중국·인도에서 귀금속 소비가 줄어든 여파다.



월가 "금 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위험자산…안전자산도 결국 출렁여" 내년 1900달러 미만 예상


올해 전세계 투자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금 투자에 열광했다. 다만 내년에는 금 값이 1900달러 선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들어 금 가격은 뉴욕증시 주가 흐름과 동조성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급확산으로 유럽이 다시 경제 재봉쇄를 선언하고 미국이 겨울철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압박을 받는 가운데 오는 11월 대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29일 뉴욕상품시장에서 금 12월물은 0.6%하락한 18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발표된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환산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1% 대폭 오르면서 증시도 반등했다. 다만 유럽 경제 재봉쇄 선언으로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변동성지수(VIX)가 하루 새 20%뛰고 글로벌 증시가 3~4%급락세를 보였던 지난 28일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은 오히려 1.5% 떨어진 1882달러, 현물은 1.6%떨어진 1875달러에 거래됐다.


월가에서는 '안전 자산'인 금 값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이 위험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탠더드차타드 은행 뉴욕지부의 수키 쿠퍼 귀금속 연구 책임자는 "금 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변덕스럽게 출렁이는 (위험)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은 '경제가 얼마나 빨리 아니면 느리게 복귀 하느냐'에 대한 내기같은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경제 반등이 느리게 일어난다면 금 값 상승 여력이 있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면 하락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금 값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상품시장 데이터분석업체인 레피니티브는 지난 22일 '금속 시장 보고서'를 내고 내년 금 값이 평균 1890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있어 시세가 여전히 높겠지만 오름세는 느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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